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알려진 히포(HIPPO)가 간암 세포의 대사 및 신호전달 통로를 조절해 간암발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이에 따라 난치성 간암 치료에 새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는 융합의학과 박윤용(사진) 교수가 미국 MD앤더슨병원 이주석 교수와 공동으로 실험한 결과 히포(HIPPO) 유전자의 기능이 약해지게 되면 글루타민 이동체 SLC7A5/SLC38A1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글루타민 이동체는 YAP/TAZ 유전자가 간암 세포 대사를 촉진할 때 나타나는 단백질이다.
박 교수팀은 이와 함께 글루타민 이동체 증가 시 mTOR라는 암 신호전달 통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히포 유전자로 인해 활성화된 YAP/TAZ 유전자가 궁극적으로 간암 생성을 촉진시킨다는 뜻이다.
연구결과는 미국 간학회지 ‘헤파톨로지’(Hepatology)와 암학회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CR) 최근호에 각각 게재됐다.
5년 생존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한 간암은 효과적인 약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암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 마커는 밝혀진 바 없어 뚜렷한 표적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또한 2003년 세포의 증식을 막고 죽음을 촉진하는 ‘히포(HIPPO)’라는 유전자가 암 세포의 생성도 억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발암 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특히 암 세포 증식이 잘 이뤄지는 간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박 교수팀은 먼저 초파리에서 발견된 히포 유전자의 작용 원리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 포유류가 가지는 유전자 중 히포에 상응하는 MST1/2를 쥐에 적용해 조절했다.
히포의 포유류 유전자인 MST1/2를 쥐에서 인위적으로 결여시켜 간암이 자연적으로 생성되게 만든 다음, 쥐의 유전자를 분석해 MST1/2의 활성화 관련 유전자 프로파일을 구축했다.
이어 이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미국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GEO)에 등록돼 있는 한국, 중국, 미국 간암환자 455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MST1/2의 활성이 높은 362명의 간암 환자와 그렇지 않은 93명의 환자로 구분했고 환자의 예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MST1/2의 활성이 높은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 보다 통계학적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MST1/2 즉 히포 유전자가 인간에게도 종양 억제 효과가 있으며 간암 생성도 줄일 수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교수팀은 이를 토대로 MST1/2에 의한 간암 생성 기전을 규명하기 위하여 MST1/2의 하위 유전자인 YAP/TAZ를 이용해 간암 세포에서 유전자 프로파일을 구축했다. YAP/TAZ는 MST1/2가 억제될 때 활성화되는 패밀리 유전자로서 유전체 분석에 용이하게 사용된다.
분석 결과 YAP/TAZ 유전자의 활성화에 따라 암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대사를 활발히 하는 SLC7A5, SLC38A1과 같은 글루타민 이동체의 발현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글루타민은 글루코스와 더불어 암세포 생성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대사 물질로 특히 간암에서 에너지원으로 많이 이용돼 활성화 될수록 간암 생성을 촉진한다.
박 교수팀은 YAP/TAZ 유전자의 또 다른 간암 생성 기전도 찾았다. YAP/TAZ가 SLC7A5, SLC38A1의 조절을 통해 mTOR라는 세포내 암 신호전달 통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YAP/TAZ를 세포에서 억제했을 때 mTOR의 발현이 감소함을 확인했고 간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에서도 YAP/TAZ의 발현과 mTOR의 촉진 연관성이 통계적 방법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간암 생성에 영향을 주는 히포 유전자와 암세포 대사와의 조절 기전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로 간암 환자의 예후를 MST1/2 유전자 군에 따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히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서울아산병원 박윤용 교수팀, 간암 일으키는 히포유전자 작용기전 최초로 규명
입력 2015-11-10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