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에 겨운 줄 모른다고?”…한 대기업 퇴사자의 변

입력 2015-11-10 07:15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국민일보DB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을 퇴사하고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돌아온 한 네티즌의 변(辯)이 화제다.

네티즌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 그룹 퇴사 후기’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2013년 하반기에 모 그룹에 입사해 약 1년7개월 동안 근무하다가 퇴사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돌아온 취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만 2년도 안된 짧은 회사생활이었지만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았다는 측면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것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자신이 다녔던 대기업의 장점으로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어른들께 인정받을 수 있는 인지도를 꼽으며 “저도 그저 좋다는 이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저의 생각은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면서 적성과 맞지 않은 부서배치, 제 의견을 낼 수 없는 강압적인 분위기, 대면에 욕설을 남발하는 그룹장, 업무와 상관없는 보고서들로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로 보내는 나날들, 그렇게 맞지 않는 일들을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들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저에게 회사생활은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었으며, 결국 저는 퇴사를 결심했다”며 “사람들은 복에 겨운 줄 모른다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돌아온 취준생으로 저의 목표는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주위의 시선과 상관없이 제가 그동안 꿈꿔왔던 일에 도전하고, 그리고 제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찾고 싶다”고 퇴사 이후 계획을 밝혔다. 또 당장 아무 곳에나 취업하는 것에 목표를 두기 보다는 진정 하고 싶은 일, 몰입할 수 있는 곳에 도전하기를 조언했다.

이 글은 현재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빨리 때려 치워야 되는데” “공감 가는 이야기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