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당 400만원’ 전재용 “벌금 40억 나눠 내겠습니다”

입력 2015-11-09 18:03 수정 2015-11-09 19:04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거액 탈세가 적발돼 지난 8월 벌금 40억원이 확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51)씨가 검찰에 ‘벌금 분할납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촉기간 말미에 소액을 먼저 낸 그는 이달 중 세부적인 납입 계획서를 검찰에 제출, 승인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다. 전체적인 분납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용씨는 노역장에 강제 유치된다.

“나눠서 내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재용씨에게 이달 중 벌금 분할납부 상세계획을 제출토록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재용씨는 2006년 경기도 오산 양산동 임야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임목비(토지에 심은 나무 값)를 허위 계상해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유죄와 함께 벌금 40억원이 확정됐다. 선고 직후 30일간 주어진 납부기한에는 벌금을 내지 않았고, 이후 독촉기간 말미인 지난달 분납 의사를 피력하며 일부 금액을 서울중앙지검 집행과에 납부했다.

검찰은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하는 차원에서 재산형에 관한 사무규칙을 정해 두고 벌금 분납을 허용한다. 재용씨는 규칙 적용 대상으로 명시된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불의의 재난 피해자가 아니었다. 대신 ‘기타 부득이한 사유’를 들어 납부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3년 6월부터 전두환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을 구성, 2205억원 전액 환수를 목표로 은닉 범죄수익을 다각도로 추적해 왔다. 시공사 주식 등 재용씨의 재산 상당부분이 이 과정에서 압류됐다.

검찰은 재용씨가 일정액을 먼저 납부한 만큼 세부 계획서를 제출할 말미를 주고, 이후 다양한 집행 기법을 활용해 완납을 유도할 방침이다. 검찰은 재용씨에게 소위 ‘황제노역’을 시키는 것보다 벌금을 완전히 국고에 귀속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용씨가 벌금 미납에 따라 노역장에 환형유치를 받으면 일당 400만원을 계산해 1000일간 일하게 돼 있었다.

검찰은 고액 벌과금 대상자들의 ‘재산 은닉 후 몸으로 때우기’가 만연해 있다고 판단해 노역장 유치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벌금 추징금 등 벌과금(罰科金) 실조정액 총액은 2013년 말 현재 30조25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집행된 벌과금은 2조2250억원에 머물렀다.

무슨 돈으로 낼까

대법원이 재용씨에게 벌금 40억원 납부를 선고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낼 돈이 있어도 이상하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재용씨는 재판 과정에서 낡은 은색 소나타를 타고 등장하기도 했고, 1심에 불복할 때 밝힌 항소 이유도 “벌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변호인은 소송 내내 “추징금을 납부하느라 (재용씨에게)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변론했고, 수임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용씨 측은 검찰에 “추징당할 몫으로 벌금을 우선 변제하고 싶다”고도 하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분납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재용씨의 소득원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재용씨 주변을 이미 샅샅이 훑은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전두환 일가로 흘러간 돈에 대한 첩보를 모으고 있지만, 과거의 것이라면 대부분 검찰이 파악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부정축재 자산에 해당한다고 결론짓고 공매에 넘긴 자산 중에는 재용씨 몫이 상당수 있다. 재용씨가 형 재국(56)씨와 절반씩 갖고 있던 서울 서초동 시공사 건물 소유권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3일 공매절차가 마무리돼 이모(71)씨 등 3명에게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지난 3월엔 미국 법무부가 재용씨의 로스앤젤레스 뉴포트비치 주택 매각 대금, 부인 박상아씨의 투자이민채권 등을 압류해 서울중앙지검에 송금해 주기도 했다.

여러 기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재용씨이지만 제대로 된 분납계획을 제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용씨는 현재 부동산 임대회사 비엘에셋, 음향기기업체 삼원코리아, 골프장·콘도 경영업체 SWDC 등에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그런데 이 세 회사는 본점 주소가 호실 단위까지 일치할 때가 많았다. 비엘에셋의 경우 수년 전부터 부채가 자산을 훨씬 웃도는 등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 왔다. 올해는 회계법인이 재무제표 의견 제시를 거절했다.

이경원 정현수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