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이천수 "나는 실력보다, 운이 좋았던 선수"

입력 2015-11-08 20:01

이천수는 한국 축구사에 ‘축구 천재’로 불린 몇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나는 실력보다는 운이 좋았던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K리그 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 이천수(34)는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부산 아이파크의 경기 후 은퇴하는 심정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실력이 운에 보탬이 돼 부각이 됐다”며 “시대를 잘 타고 나서 부각이 됐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축구를 인천에서 시작해 인천에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풍운아’가 아니고 ‘행운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은퇴를 마음먹게 된 이유에 대해 “은퇴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왔고, 6개월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니깐 제가 선택을 했고, 선택한 저에게 스스로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은 많고 멋있게 은퇴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할 때는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고 축구 인생을 돌아봤다.

이천수는 “조금 더 운동할 수 있을 때, 박수받을 때 내려놓고 싶었다”며 “인천이 올해 초 어렵게 시작했고 강등 1순위로 꼽혔는데 정규리그 성적도 괜찮았고, FA컵은 결승까지 올라간 만큼 이런 순간 은퇴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는 전날 FC서울 차두리가 은퇴식을 한 것에 대해서는 “2002년 월드컵 선수들이 운동을 내려놓는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두리형이랑 함께 떠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하는 지금이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될 것 같다”면서도 “선수로서는 2006년 월드컵 조별리그 토고전 골을 넣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평고와 고려대 출신인 이천수는 2002년 울산 현대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으며 같은 해 한일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K리그 신인상을 받은 이천수는 2003년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해 ‘한국인 1호 프리메라리가’가 됐다.

이천수는 오는 2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남 드래곤즈전에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밟고, 은퇴식을 갖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