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보다 와인이 빨리 취해, 와인 숙취 심하다는 근거 없어- BBC방송

입력 2015-11-08 13:55

영어의 ‘beerbelly(맥주 배)’라는 표현처럼 맥주를 많이 마시면 배가 나오기 쉽다거나 와인은 숙취가 심하다는 속설에 대해 영국 BBC방송이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는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BBC에 따르면 와인이 몸에는 좋지만 맥주보다는 빨리 취기가 오르는 편이며, 숙취나 살이 찌는 문제에 와인과 맥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취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의료센터 연구진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성인 남성 15명을 상대로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시게 한 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정점에 이르는 시간을 측정했다.

실험 대상자들이 각자 몸무게 대비 같은 비율의 알코올을 섭취하도록 술의 양을 조절했으며 마시는 시간도 20분으로 맞췄다.

실험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가장 높아질 때까지 와인은 54분, 맥주는 62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이 맥주보다 약간 빨리 취하는 셈이다.

BBC는 중간 크기 잔으로 와인 한잔과 맥주 1파인트(570㎖)에는 거의 비슷한 양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면서 빨리 취해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면 와인보다는 맥주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허리둘레 관리에는 와인이 맥주보다 낫다. 맥주 1파인트의 열량은 약 180㎉로 와인 한잔보다 50%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이스트온타리오아동병원(CHEO) 건강생활·비만 연구소(HALO)가 지난 1월 술과 비만의 연관관계를 다룬 선행연구들을 정리하면서 성인 남성의 경우 4∼6주간 매일 저녁 와인 두서너 잔(270∼450㎖)을 마시는 정도로는 몸무게나 체질량지수(BMI)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들 실험이 최장 10주의 비교적 단기간에 걸친 것이며, 음주 때문에 5년에 걸쳐 25㎏이나 체중이 증가한 경우도 있다면서 장기간에 걸친 잦은 음주와 폭음은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술은 단연 레드와인이었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함유량이 높기 때문이다.

BBC는 그러나 맥주 안에 든 폴리페놀이 레드와인만큼은 아니어도 화이트와인과 비슷해 적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가볍게 즐기면 역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와인이 더 머리가 아프고 오래간다는 속설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BBC는 전했다.

숙취에는 알코올 섭취에 따른 탈수작용 외에 술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스테르, 타닌, 아세트알데히드와 같은 부산물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술의 고유한 향과 맛을 결정하는 이들 부산물은 술 빛깔이 짙을수록 많이 들어있으며 숙취의 강도도 그에 따라 세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그러나 맥주와 와인의 경우 이러한 부산물에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심한 숙취를 겪었다면 주종보다는 과음을 탓하는 편이 옳다고 지적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