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마주 잡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적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1949년 분단 이후 양안 지도자가 국가원수이자 정부 대표 자격으로 한 테이블에 앉은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긴장과 대립으로 점철됐던 66년 양안 분단사에 한 획을 그은 회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두 정상은 이날 양측의 주요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약 1시간 가량 양자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한 핏줄이라는 말을 써가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시 주석이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이자 피로 이어진 가족(친척)”이라고 강조하자 마 총통도 “양안 인민은 중화민족이며 염황의 자손”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1992년 합의한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골자로 한 92공식(九二共識)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 총통이 먼저 양안의 평화발전을 위해서는 92공식을 굳건히 견지하는 것을 대전제로 ▲ 적대 상태의 완화와 분쟁의 평화적 처리, 양안교류의 확대, 양안 핫라인 설치, 공동 중화문화 진흥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총통은 이날 회담에서 92공식이라는 말을 12차례나 사용했다.
시 주석도 마 총통의 발언을 들은 뒤 공동의 정치적 기초인 92공식 원칙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면서 대만독립 세력을 양안 평화의 최대 위협 세력이라고 지목한 뒤 “대만 독립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의 목적 중 하나가 대만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대만 민진당을 견제하는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시 주석은 마 총통이 제안한 양안 핫라인 설치와 관련, “양측이 신속히 소통하고 오판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안 사무 담당기구가 앞장서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석에서 동의했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 문제도 논의 안건으로 올랐다. 마 총통은 “양측은 서로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양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국제문제에 관한 대만동포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며 대만의 외교적 고립감에 이해를 표시한 뒤 “대만동포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적당한 방식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샹그릴라호텔 아일랜드볼룸에 등장해 1분 이상 손을 맞잡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붉은 넥타이, 마 총통은 파란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는 10년전 양측이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수뇌회담을 할 때와 같은 색깔이었다.
두 정상은 각각 국가원수 신분으로 서로 양안 지도자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선생으로 호칭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66년만에 손잡은 中·대만 정상…'하나의중국'확인·핫라인 설치
입력 2015-11-08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