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우리가족 더 성숙해질게요” 김병지 아내의 글…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11-08 00:47 수정 2015-11-08 01:03
“페친 여러분. 제 편이 돼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조차 드릴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의 일입니다. 많은 이야기들로 인해 (어른들끼리) 좁힐 수 없는 고랑이 깊어져만 가요. 아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가르칠게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이 다음에 잘 자란 제 아이의 모습을 꼭 보여드릴게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둘러싼 폭행 시비로 논란에 휘말렸던 김병지 선수의 아내가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남겼습니다. 더 이상 아들로 인해 어른들끼리 갈등을 빚지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앞으로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도 했습니다. 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김병지 선수는 전날 페북지기에게 아내 A씨가 페북에 올린 글의 주소를 보내왔습니다.

A씨는 최근 아들 B군의 폭행 시비를 겪으면서 갖은 심적 고통을 겪었지만 심사숙고 끝에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글로 쓴 듯 합니다.

A씨는 사람들이 편을 갈라 자신이나 혹은 상대방 편을 드는 점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끼리 싸워 생긴 일인데 일이 커져 정작 어른끼리의 갈등이 더 커지는 점 또한 부담스럽다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두고두고 가르치겠다고 하네요. 보호나 옹호가 아이를 망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나중에 잘 자란 아이의 모습을 꼭 보여주겠으며 보다 성숙한 가족이 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A씨는 피해 아이의 모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끝으로 글을 맺었습니다.

전문을 한 번 보실까요?

“페친 여러분...저는 이제 더 이상 이 곳에 글을 올리지 않을 거예요...
제 편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릴 수 없어요...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해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시다시피 제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답니다.

저 또한 아이가 누군가에게 지금의 상대방처럼 할큄을 당해 오면 많이 놀라고 화를 냈을거예요..
대한민국이 다 알아 버리고 나름 편을 갈라 이야기 하고 있어요.
저는 기다렸습니다. 제가 올리는 글 들 중에 제게 진심어린 충고를 해 주시는 단 몇 분만 계셔도
모든 것을 내려 놓겠다구요...있으시네요...

우리 아이가 먼저 맞았든 먼저 때렸든 아이들의 일입니다.
주변의 이야기들로 인해 좁힐 수 없는 고랑이 깊어져만가요...
저는 사실 그리 강한 사람이 못 됩니다.
놀라면 호흡이 가빠지고 제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무호흡증으로 기억을 잃어요.
그 동안 건실한 남편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예쁘게 살 수 있었어요.
막상 밖으로 나오니 너무 무섭네요.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두고두고 가르칠 거예요.
보호가 옹호가 내 아이를 망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이 다음 잘 자란 OO이의 예쁜 모습 꼭 보여드릴게요.

비가 내리는 주말 저녁이네요...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보다 성숙한 가족이 되어볼게요..
모두 행복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 저도 이젠 그만 울 거예요...억울함도 미움도 모두 버렸습니다.
늘 힘 되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OO엄마...이 글 볼 거라 생각해... 언니가 많이 미안해...”



사실 저도 처음 김병지 선수와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싸움인데, 어른들끼리 나서서 오히려 갈등만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아이들끼리 치고박고 싸운 상처보다 어른들끼리 반목하며 생긴 상처가 깊을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김병지 선수의 아내가 성숙한 모습으로 사과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부디 이번 일이 원만히 해결돼 모두가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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