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황홀하다. 찬란하고 아름답다. 따스하면서도 감성적이다. 지상에 이런 세계가 있을까. ‘오로라 화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전명자(72) 화백의 그림이 그렇다. 작가는 20년 가까이 ‘오로라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연작을 선보여 왔다.
11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초대전에서 작가는 두 가지 주제의 신작들을 소개한다. 주제는 한결같지만 한층 강렬해진 빛과 색감을 느낄 수 있다. 1995년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를 처음 접한 작가는 이후 매년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유럽을 찾았고 오로라를 직접 체험하면서 받은 영감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번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작가가 직접 체험한 오로라의 신비로운 모습을 작가만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신비로운 빛을 화면에 가득 채워 깊은 바다 또는 우주의 은하수를 연상시킨다. 절제된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인 잔잔함과 동시에 감상자의 마음을 전환시켜주는 그림이다.
“추운 지방에서 오로라를 보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습니다.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신비롭고 황홀한 오로라 현상을 보고 있으면 오로라 저 너머에 무한의 우주가 있고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은하계 어딘가에 지구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있는 별이 있는 것으로 상상했어요.”
작가는 오로라가 뿜어내는 신비로운 푸른빛을 화면 가득 채워 넣고 그 속에 행복한 삶의 풍경을 그려 넣는다. ‘오로라를 넘어서’(Over the Aurora) 연작은 무한한 우주와 자연, 음악, 기도로써 교감하는 영감을 상상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의 또 다른 연작 주제는 ‘자연의 조화’(Homonie Naturelle)다. 화폭을 가득 채운 황금빛 해바라기 밭에서 악기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붉은 꽃과 각종 나무가 어우러진 푸르른 공원에서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 등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행복한 풍경을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게 담아냈다.
네 차례 시도 끝에 1995년 노르웨이 알타에서 오로라를 처음 경험했다는 작가는 “그 순간 신이 나를 선택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10여 년간 당시 느낀 황홀과 정화(淨化)의 감동을 화폭에 옮겨왔다.
마을과 강, 포도와 밀 밭, 기와 지붕과 기둥 그리고 창문, 분수와 놀이터, 고목까지 온 세상이 푸르게 빛나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직접 보고 온 해바라기는 터질 듯 이글거리며 화폭에서 꿈틀거린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종일 작업실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전시는 반성의 기회와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고 앞으로 중국 상하이와 미국 뉴욕에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금일미술관 관장인 가오펑 박사는 “예술가에게 색감 조절은 마치 요리사가 양념에 대해 추구하는 것과 같다”면서 “그녀는 파란색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고집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여성의 독특한 섬세함으로 뚜렷하게 한 폭의 꿈과 같은 아름다운 세계를 묘사하였다”고 평했다.
이어 “그림은 따뜻하고 적극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차분하고 평온하게 해 준다. 예술은 생활로부터 나오고,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따뜻함을 작품을 통해 더욱 많은 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02-734-04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황홀한 빛의 세계와 감성적인 해바라기의 만남 ‘오로라 작가’ 전명자 화백 선화랑 초대전 11월21일까지
입력 2015-11-06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