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국정교과서 집필진 1명 탈락…경찰 "공권력으로 집필진보호"

입력 2015-11-06 18:03
사진=김지훈 기자

국정 역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진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자진사퇴했다. 제자와 지인들이 교과서 집필을 극구 만류하는 상황에서 불거진 여기자 성추행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최 명예교수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초빙한 6명의 대표집필진 중 한명으로 상고사 부분 책임자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 명예교수가 국편에 자진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여기자 성추행 의혹이 결정적 계기였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 취재를 하러 온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그는 제자들과 이미 맥주 등을 마신 상태였고 집으로 기자들이 찾아온 뒤에도 와인, 보드카 등을 계속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을 수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명예교수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택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성적 농담을 한 것은 맞다. 신체접촉은 없었다”면서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는 국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교육부와 국편은 새로운 대표집필진을 찾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하지만 대표집필자라면서 공개한 2명(최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가운데 1명이 추문으로 물러나면서 집필진 구성 작업은 한층 꼬이고 있다. 국편 관계자는 “상당히 당혹스럽다. 조속히 최 명예교수를 대체할 집필자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 명예교수 자진사퇴를 계기로 집필진 비공개 방침을 한층 굳히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녀사냥’ 수준의 인신공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 명예교수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인터넷 등에도 근거 없는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며 “집필진 보호를 위해 (명단 공개에) 좀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집필진 보호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날 포털사이트와 SNS 등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할 경우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필진으로부터 신변보호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즉각 지원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집필진 등에 대한 협박, 인터넷상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면서 “폭행·협박 등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용의자를 반드시 추적해 검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박세환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