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남중국해에 파견된 핵 항공모함 탑승을 위해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에 도착했다고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카터 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서 수직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를 타고 30분 거리의 남중국해에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로 날아갈 예정이다.
그는 루스벨트호에 도착한 뒤 선원들을 격려하고 취재진과 인터뷰할 계획을 세웠다.
카터 장관의 이번 남중국해 순시는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강조하기 위한 시위의 하나다.
그는 전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루스벨트호의 남중국해 파견과 우리의 방문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굳은 각오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의 이번 순시는 남중국해 여러 암초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적지 않게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미사일 장착 구축함인 라센은 지난달 27일 남중국해의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에 12해리(약 22.2㎞) 이내로 접근했다.
수비 환초에 인공섬을 건설한 뒤 일대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미국 군함의 근접 통과를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미국은 국제법이 공해(公海)에 보장하는 항행의 자유를 누렸을 뿐이라며 한 분기에 두 차례 정도 영유권 분쟁지에 군함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해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 견제는 점점 강화되고 그에 따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의 한 국방 관리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24일 중국 잠수함이 일본 근해에서 시오도어 루스벨트 항모를 12시간 정도나 따라다녔다고 보도했다.
두 선박은 서로 위협하지도 교신하지도 않았으며, 미군 항공기는 중국 잠수함의 행적을 계속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리는 두 선박이 얼마나 근접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잠시 마주친 것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이데올로기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해양에서 서로 미행하며 상대 선박의 성능을 정찰하는 사례가 자주 있었다.
1984년에는 소련의 잠수함과 미국 항모 키티호크가 충돌해 소련 잠수함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카터 美 국방, 핵항모 탑승해 남중국해 순시
입력 2015-11-05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