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에게 인사를 강요해?” 주민까지 분노한 갑질 아파트

입력 2015-11-05 00:03 수정 2015-11-05 14:39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경비원 갑질 사건에 한 주민이 분개하고 나섰다.

부산에 위치한 B모 아파트 103동 주민 A씨는 4일 아파트 내 벽면에 대자보를 붙였다. 인터넷을 통해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 행태를 알게 된 뒤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A씨는 “항의에 앞서 입주자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머리 숙여 경비원분들께 사죄드리고 싶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우리 아파트에서 경비원에게 주민에 인사하도록 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동 대표회의 지시사항으로 약 2달 전부터 출근 시간 지하 2층 지하철 출입구에서 경비원들이 주민들에게 인사하도록 요구한 일이 있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대다수 주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며 “분노에 격앙되고 수치스러운 마음에 두서없이 글을 써 주민들께 알린다”고 덧붙였다.

A씨는 끝으로 “아파트 동 대표들은 주민들에게 이 같은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그 경위를 밝히고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자보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재차 공론이 일고 있다. “이런 주민이 계셔 다행이다” “경비원 아저씨가 90도로 인사하는 모습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 “이게 웬 시대착오적인 갑질인가” “속히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앞서 인터넷에는 A씨가 언급한 사건 전말을 설명한 고발글이 올라 공분을 일으켰다. 원 글쓴이는 “나이가 지긋하신 경비분들이 나이가 많건 적건 통로를 지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끝도 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걸 보니 이건 아니어도 한참 아니란 생각이 들어 고발한다”고 했다.

그는 “몇몇 아주머니들이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다른 아파트는 출근시간에 경비가 서서 인사하던데 왜 우리는 시키지 않냐’고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 글쓴이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난의 화살은 인사를 받은 학생 등 주민들이 아니라 경비원들에게 인사를 강제시킨 관리소 측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대다수 주민들은 경비원에게 함께 인사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