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기소된 루마니아 빅토르 폰타(43) 총리가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로 결국 물러났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4일(현지시간) 32명이 숨진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폰타 총리가 이날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폰타 총리는 이날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권한을 넘기고 사임하기로 했으며 내각도 무조건적으로 사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각 사퇴가 거리로 나온 국민을 만족하게 하기를 바란다”며 지난달 30일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책임은 업주들뿐만 아니라 고위 관리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집권 사회민주당(SDP)의 리비우 드라그네아 당수도 이날 연립 정권에 참여한 소수 정당들과 논의한 끝에 내각 총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드라그네아 당수는 기자들에게 “사건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는 심각한 문제이며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내각 총사퇴에도 내년 총선 전까지 후임자들을 선출해 연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새 내각이 의회 승인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부쿠슈티에서는 전날 시민 2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폰타 총리와 가브리엘 오프레아 내무장관 등이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 시위는 예정되지 않았지만 당국이 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법규를 마련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부패가 살인했다’, ‘살인자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루마니아 검찰은 지난 7월 13일 성명을 내고 자금 세탁과 탈세, 공직자 이해충돌 등의 혐의로 폰타 총리를 기소하며 폰타 총리가 보유한 주택과 예금계좌 등 자산 일부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2012년 취임한 폰타 총리는 루마니아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기소됐으며 야당 지도자 출신인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 등으로부터 강하게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그는 취임 전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7∼2011년 정치적 동지인 단 소바가 운영하는 로펌에서 실제 업무를 보지 않으면서도 일을 한 것처럼 지출내역을 꾸며 5만5000유로(약 6800만원)를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폰타 총리는 지난 7월 결백을 입증하겠다며 사회민주당 당수에서 물러났으며,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는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지만 고위층 부패 등 여러 분야에 개선점이 많아 EU로부터 ‘협력 검증 메커니즘’(CVM)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부패 기소’ 루마니아 총리 나이트클럽 화재참사로 사퇴
입력 2015-11-04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