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4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이유로 야당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데 대해 "명분 없는 정쟁이자 직무유기"라고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행정부 고유 권한인 고시를 국회가 문제삼는 것은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에 어긋나며, 이미 국정화 고시로 일단락된 교과서 문제를 구실로 법안 처리나 예산안 심사 등을 거부하는 것은 '발목 잡기' 구태라는 논리로 야당을 압박했다.
특히 야당의 '국회 보이콧'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면서 '민생 대 반(反) 민생'의 프레임을 시도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헌법소원 및 국정화금지법 제정 방침 등을 밝힌 데 대해 "법을 발의하든 헌법소원을 하든 할 것 다 하시고 국회로 빨리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표의 대국민담화를 "반 민생 국론분열의 선전포고"로 규정한 뒤 "정기국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절박한 청년들의 일자리와 산적한 민생 현안을 무참히 내팽개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는 특히 "아직 나오지도 않은 역사교과서를 두고 거짓말 교과서, 부실 교과서 운운하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역사학자들에게 역사교과서를 맡기고 우리는 민생을 챙기고 돌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장인 김을동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장외투쟁을 정 하고 싶다면 역사 교과서가 만들어진 다음에 평가해서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정화가 그토록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내년 총선 때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라면서 "더이상 이 문제를 정쟁으로 삼고 농성이나 사보타주(태업)를 한다면 국민에 대한 죄악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원내 지도부는 국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새정치연합 측과 '물밑 교섭'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구조조정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치료감호법 개정안,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등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36개 법안은 여야 간 쟁점이 없기 때문에 조속한 본회의 처리를 위해 여야가 만나야 한다는 게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주장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만큼 당분간 정기국회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내부 기류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내지도부 회동을 제안하긴 했지만, 야당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다"며 "야당도 현재로선 물러설 명분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마저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 '자충수'라고 압박했다. 현행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다음 달 2일에는 정부의 예산안이 자동 상정되기 때문에 시간은 야당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12월 2일이 되면 정부가 짠 예산안이 바로 상정되기 때문에 야당이 관심있는 예산들을 반영하는 게 불가능하게 된다"며 "야당이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 굉장히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콧 을 금세 철회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무성 “헌법소원 하더라도 국회로 빨리 돌아오라”
입력 2015-11-04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