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북한을 방문해 '종북' 논란에 휩싸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이 종북이라는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임 의원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종북 프레임의 정치적 의미와 법률적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임 의원은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해 참가했고, 서울로 돌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1992년 특별사면됐다.
토론자들은 북한을 추종한다는 뜻의 '종북(從北)'이라는 용어가 실제로는 남북관계 이슈를 넘어서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을 공격하는 데 쓰인다고 우려했다.
류신환 민변 전 언론위원장은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이 옛 통합진보당 지휘 아래 이뤄졌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 종북 세력 테러였다는 식으로 다양한 사회 이슈에서 '종북 덧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종북 지자체장을 퇴출해야 한다'고 말해 5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전교조를 '종북 좌파단체'라고 지칭했다가 유죄가 인정됐지만, 손해배상 소송 제기만으로는 이런 행태가 근절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혐오발언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은 무수한 댓글작업에서 정권 반대세력을 '종북' 혹은 '종북좌파'라고 불렀다"며 "이런 혐오발언은 정치집단의 이해관계를 마치 대한민국의 안보문제로 오인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특히 "혐오발언은 국가와 안보라는 명분 아래 현 체제에 대한 어떤 도전도 불법화 시킨다"며 "이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필요성까지 대두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수경 의원은 "종북이 본래 뜻을 넘어 정치적 반대자를 제압하는 전가의 보도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조화로운 민주사회로 나아가려면 사회 분열의 원인이 되는 단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 역시 서면 축사에서 "민족의 아픔인 분단 상황을 정치에 악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정부여당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갖는 국민을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임수경 “종북 용어, 정치적 반대자 제압 도구로 악용”
입력 2015-11-04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