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익명 커뮤니티) 페이스북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사태를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14학번 사범대 학우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자신의 심경을 4가지로 구분해 정리했다. 첫째로 무력감을 느낀다고 적은 그는 “철옹성 같은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일 의중이 전혀 없다”며 “청년들이 시위나 농성을 한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해 너무도 무력한 청년들에 의해 뭔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체념했다.
두 번째로 눈물이 난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도 나서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세 번째로 “전국민의 반대에도 국정화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뽑아주면 안 됐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고 비판하면서도 “더 이상 묵인하지 말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수십건의 좋아요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앞서 또 다른 네티즌도 이 게시판에 자신의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형식으로 국정 교과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담은 장문의 글을 게시해 삽시간에 수 백 건의 좋아요를 받아 네티즌들의 공감을 샀다.
이 글에는 “어렵게 구한 과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일상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무런 관계가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쓰여 있다. 또 과거 자신의 모친이 운동권 학생이었던 사실을 밝히며 ‘참한 학생’이 되라는 할머니의 당부처럼 살고 있지만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지 헷갈린다고도 호소했다.
특히 글에는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무기력감을 이미 경험해서 일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는데 말로만 반대하고 행동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스럽다” “오늘(3일)로 대한민국의 역사는 멈췄다” 등의 익명의 글도 쏟아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