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축구 전도사’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입력 2015-11-04 10:16
거스 히딩크(69·네덜란드)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만큼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외국인이 또 있을까? 단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축구 변방에 있던 한국은 4강에 올려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만일 그가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과 인연을 끊었다면 그는 한국인의 기억 속에 ‘축구 명장’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축구 전도사’로 변신해 한국 축구의 발전을 도왔다. 이젠 축구 전도 영역을 북한으로 넓혀 가고 있다.

4일 ‘거스히딩크재단’에 따르면 히딩크 전 감독은 5일 중국 북경을 경유해 북한을 방문한다. 평양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풋살경기장인 ‘드림필드’ 착공식에 참석한 뒤 7일 돌아올 계획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5년 재단을 설립한 후 시각장애인을 위한 ‘드림필드’ 건설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현재 한국엔 13개의 ‘드림필드’가 만들어졌다.

히딩크 전 감독은 북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드림필드’를 추가 건립하기 위해 논의하고, 북한 유소년팀에 유럽의 선진 축구 노하우도 전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서 열린 ‘거스 히딩크 명예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축구는 어린이, 성인 구분 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스포츠”라며 “스포츠는 국경 없는 활동이기도 하다. 북한 체육 및 축구 관계자와 만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가 기여할 수 있는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와 공조해 북한과 다양한 민간 교류에도 힘쓰겠다. 형식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남한과 북한이 반목하고 있을 때 히딩크 전 감독은 남북 화해와 교류의 실마리를 잡겠다고 축구공을 들고 평양으로 향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