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기 사고 원인 두고 ‘폭발성 해체’ 주장 나와

입력 2015-11-03 23:25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가 사고기의 꼬리 부분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는 ‘폭발성 해체’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3일(현지시간) 자국 항공 전문가 클라이브 이르빅을 인용해 여객기 동체가 공중에서 분해된 이유가 폭발물이나 미사일 공격 때문이 아니라 꼬리 부분의 폭발성 해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르빅은 전날 사고기가 소속된 코갈림아비아(메트로) 항공이 외부 충격 때문에 기체가 공중 분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르빅은 기체 파괴 과정에서 분리돼 지상으로 떨어진 사고기 꼬리 부분에 연소나 연기 흔적이 전혀 없는 점이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기가 지난 2001년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꼬리 부분을 활주로에 부딪히는 ‘테일스트라이크’ 사고를 겪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블랙박스 자료를 분석하는 조사관들이 여객기 동체 뒷부분과 꼬리 부분을 연결하는 후방외압격벽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외압격벽 부분에서 해체가 일어난 것이 보인다며 이 부분에서의 ‘깨끗한 폭발’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52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5년 일본 여객기 추락 참사도 비슷한 이유로 발생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 도쿄와 오사카 구간을 운항하던 일본항공(JAL) 소속 국내선 여객기 보잉 747기도 추락사고 7년 전인 1978년 테일스트라이크 사고를 당해 외압격벽이 손상을 입었고 파괴된 격벽을 연결하는 수리를 받았다. 이때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사 기술자가 규정을 어기고 1줄의 리벳못이 박힌 이중 철판만으로 고정했다가 계속된 비행으로 금속 피로 현상이 생기면서 결국 수직 꼬리 부분이 잘려나가면서 여객기가 추락했다.

이르빅의 분석은 여객기가 폭발물에 의한 내부 폭발이나 외부 충격 때문이 아니라 기체 결함으로 공중 분해된 것이란 가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한편 이날 미국 CNN방송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이용해 미국 군사위성에 사고기 폭발장면이 찍혔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들이 미사일을 쏘아 항공기를 격추시켰다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폭탄 등으로 인한 폭발이 비행기 내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매체 인터팩스 역시 사고 뒤 분석한 조종석 블랙박스에서 기체가 공항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순간 굉음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