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해 22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러시아 코갈림아비아(메트로)항공 A-321 여객기 추락 사고가 기체 노후와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일어났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조사당국은 3일 해당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조사에 나섰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콤모몰레츠(MK)는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사고가 난 뒤 직장을 관둔 이 항공사 전직 여승무원을 인용해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사고기에 배정될 때마다 불안함에 기도를 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리나’라는 가명을 사용한 이 승무원은 ‘줄리아’로 불린 해당 여객기에 탈 때마다 “도박”을 하는 기분이었다면서 4개월 전부터 여객기의 여러 기기가 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며 지난 여름에도 배관 계통 문제로 회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승무원은 “기기들을 수리했지만 얼마 뒤 다시 고장이 나곤 했다”면서 “새 부품이 아닌 중고 부품을 썼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MK는 이날 6개월 전 이 항공사를 관둔 다른 승무원 ‘보리스(가명)’를 인용해 코갈림아비아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영난 와중에 여객기 정비·점검을 소홀히 했거나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갈림아비아 경영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고기가 정기적으로 기술점검을 받아왔으며 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고기에 탑승했다 숨진 한 스튜어디스는 같은 항공사 승무원과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지역 언론 STRC고르니알타이에 따르면 시베리아 알타이 공화국 출신의 여승무원 이리나 올라루(22)는 같은 항공사에 다니는 동료 직원과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지인들은 그녀가 한때 일했던 고르노알타이스크의 보석상으로 조화와 초를 갖다 놓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러 사고 항공사 전직 여승무원 “탑승 때마다 도박하는 기분이었다”
입력 2015-11-03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