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했다는 허위정보를 미국에 제공해 2003년 이라크전 명분을 제공한 이라크 정치인 아흐메드 압델 하디 찰라비(71)가 3일(현지시간) 사망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이날 찰라비가 이라크 바그다드 자택에서 심장 마비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시아파 정치인인 찰라비는 강한 친미 성향을 보이면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의 구미에 맞는 정보를 제공했다.
찰라비는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키기 전 “후세인 정권이 WMD를 숨긴 곳을 알고 있는 과학자가 수천 명이 넘는다”고 밝히는가 하면 측근을 통해 이라크에 생물무기 실험실이 있다고 해외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라크 침공 이듬해인 2004년 모두 허위였음이 밝혀졌다.
금융가 출신인 찰라비는 걸프전 뒤인 1992년 시아파 인사가 주축이 된 반정부 조직 이라크국민회의(INC)를 설립해 미국의 눈에 띄었다. 이후 후세인 정권 축출 뒤 새로 들어설 이라크 정부의 첫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이라크전이 일어난 2003년 당시 찰라비는 미국이 과도통치위원회 의장으로 내세울 정도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WMD 관련 정보가 허위로 드러나고 미국의 지원금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듬해 5월 찰라비의 INC에 대한 자금지원이 중단됐다. 이후 누리 알말리키 시아파 정권에서 부총리를 지내는 등 재기를 모색했지만 선거에 패배하면서 정계에서 밀려났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이라크에 WMD 있다” 이라크 침공 명분 제공 정치인 심장마비사
입력 2015-11-03 20:33 수정 2015-11-03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