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한 3일 새누리당은 줄줄이 민생 정책 관련 일정을 이어갔다.
석 달만에 고위 당·정·청 회의를 소집한 것을 필두로 하루 동안 정책 토론회 여러 건을 잇따라 진행했다.
오전에는 당 '중소기업·소상공인특위' 간담회, 사회적 기업거래소 설립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나눔경제특위'를, 오후에는 '안전관련 종합 점검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김무성 대표도 오전과 오후 4군데의 정책 포럼회에 참석하며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두드러진 야당과의 차별화 행보이다. 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해 밤샘 농성을 하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거부한 야당을 '정쟁 프레임'에 가두고 민생에 올인하는 집권여당의 면모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적인 일정으로 풀이됐다.
새누리당은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 보이콧을 계기로 이번 주 초반이 여론의 향배를 결정 지을 분수령으로 판단하고, 야당의 비협조로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률안 처리가 위기에 처했다는 여론전도 함께 펼쳤다.
보이콧이 장기화할 경우 국회법 개정 이후 여당의 단독 처리가 가능해진 새해 예산안에 대한 자체 심의에 착수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이는 국정 마비의 책임을 야당에 돌림으로써 총선을 앞둔 민심잡기 경쟁에서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고, 국민의 시선도 역사교과서에서 떼어 놓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또 지역구 예산심의을 고리로 야당의 국회 복귀를 유도하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예산안 심의, 법안 처리 등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에 희생돼서는 결코 안 되는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역사교과서 문제는 집필진에게 맡겨두고 국회는 소모적인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민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또 "한 글자도 쓰이지 않은 역사교과서를 왜곡시키는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문재인 대표는 답해야 한다"면서 "혹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 선동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노동개혁이 안되면 산업계의 미래가 없는 상황이지만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기가 막힌 심정"이라면서 "노동개혁을 못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야당에도 여론으로 압력을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역사교과서 문제로 오늘 합의한 본회의조차 무산시키고 농성에 돌입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시급한 국정 현안을 미루고 정쟁에만 몰입하는 행위는 어려운 삶의 현장에 계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결의문을 채택,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정질서 수호에 앞장선다는 각오를 다졌으며 야당에 대해선 올바른 교과서 반대 투쟁을 중단하고 민생 현안 처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예산안은 우리끼리 통과시키면 그만이다"라면서 "국민께는 선진화법 때문에 여당 단독으로는 어떤 법률안도 처리할 수는 없으니 내년 총선에서 심판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제에 내년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을 적극 제기하자는 것으로서, 이와 별개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비전위원회 위촉식'을 열어 내년 4월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운명은 성장의 고삐를 죄느냐, 놓아 버리느냐 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이 재집권해야 미래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예산안은 우리끼리 통과시키면 그만” 與 “보수 대표 새누리당 재집권해야 미래 보장”
입력 2015-11-03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