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새 음반 발표한 임동혁 "조성진 쇼팽 콩쿠르 우승 예상"

입력 2015-11-03 16:20 수정 2015-11-03 16:58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난 임동혁(31)이 7년만에 새 앨범 ‘쇼팽: 전주곡(프렐류드)’을 발표했다.

임동혁은 조성진이 최근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한국인으로 쇼팽 콩쿠르 최고 성적을 거둔 피아니스트다. 그는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인 임동민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당시 그가 결선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하다 소리 이상에 대해 주최측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실제로 피아노를 열어보니 조율기구가 나왔었다. 그래서 팬들은 이런 해프닝이 없었다면 임동혁이 좀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7세이던 2001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후원을 받아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프랑스의 권위있는 디아파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대 전반 소녀 팬들의 팬덤을 일으켰던 최초의 클래식 연주자인 그는 지금도 적지 않은 여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3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랜만에 음반을 내면서 쇼팽의 곡들로 의미있는 전곡연주를 하고 싶었다. 쉽지 않은 프렐류드 24개를 모두 치는 게 내 스스로 잡은 도전 과제였다”고 음반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예민하고 혈기왕성한 모습으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그동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의 이미지에 대해 억울함도 있긴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확실히 생각도 많아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다”면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아픔과 슬픔을 겪으면서 음악에서 많이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치는 쇼팽에 대해 화려하지만 깊이가 없다고도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쇼팽을 더욱 애절하고 진하게 표현하려고 했을 뿐이다”면서 “슬픈 음악을 들르면서 카타르시스 혹은 위안을 느끼는 것처럼 내가 치는 쇼팽이 관객에게 한없이 슬프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후배 조성진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는 “성진이의 콩쿠르 우승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 성진이 아니면 문지영(부조니 콩쿠르 우승 후 결선 불참)이 1등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친하게 지내는 성진이가 우승을 차지해서 정말 기쁘다. 성진이는 피아니스트로서 필요한 요소들을 밸런스 있게 잘 갖췄다”면서 “성진이에게 ‘너의 피아노 실력이면 사람들 앞에서 겸손할 필요는 없지만 음악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꼰대같은 충고를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10년전 그의 쇼팽콩쿠르 출전 당시 조율기구 해프닝에 대해서는 “1악장을 칠 때 조금 불편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게 내 연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의 음반은 6일 발매되는 쇼팽 우승자로서 발매되는 조성진의 음반과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게다가 최근 한국을 찾은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윤디가 지난달 발표한 음반까지 세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에서 가장 핵심적인 곡은 24개 전주곡이다. 그는 “같은 시기에 아시아 출신의 세 피아니스트가 전주곡 음반을 발표했기 때문에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성진이 음반을 듣는게 약간 겁난다(웃음)”면서도 “그래도 아티스트라면 그런 비교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이번 내 음반 최종 녹음을 마친 뒤 성진이에게 가장 먼저 들려줬었다”고 여유있게 말했다.

그는 독일 유학을 같이 하기도 했던 윤디가 최근 내한공연에서 악보를 까먹어 연주를 중단한 실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연주자들은 누구나 무대 위에서 갑자기 악보를 까먹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다만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뜻밖이 아니라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그건 아티스트로서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임동혁은 이번 음반 발매 이후 12월부터 국내 투어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 공연은 내년 1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