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씻고 절이고 다지고 무치고 버무리는 과정을 장시간 동안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손과 손목 사용이 늘어나 손이 저리는 경우가 많다. 간헐적으로 느껴지던 손저림 증상이 심해지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주부들은 저리거나 쥐가 난 듯 하거나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손저림증이 느껴질 때 흔히 혈액 순환 문제나 일시적 피로 현상으로 치부하고 방치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손저림증은 가볍게 볼 증상이 아니며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손저림 증상이 느껴지는 가장 대표적인 병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을 들 수 있다. 손목 중앙 부분 아래 정중 신경이 손목 관절의 전방에 위치하는 터널 모양의 수근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위 구조물에 눌려서 발생한다. 또 목 디스크가 원인이 돼 목뼈에서 뻗어나오는 신경가지가 눌려 생기거나 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2차 증상으로 손저림증이 느껴질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바른세상병원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손저림증으로 병원을 찾은 267명 중 32.6%(87명)가 손목터널증후군, 31.5%(84명)는 목 디스크 이상으로 진단됐다. 두 질환을 동시 진단받은 경우는 2.6%(7명)였다.
이 병원 최인철 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김장을 마치고 1주일 이상 손이나 손목 저림 증상이 지속되고 통증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손저림 증상은 근전도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손목의 신경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근전도검사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진행하는데, 침을 근육에 주사해 신경 자극에 대한 근육의 전기 활성도를 확인하게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신경이 눌려 부어 있으면 신경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전기가 흐르는 속도가 느려진다. 목 디스크는 신경의 전도 속도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경우는 바늘을 이용해서 특정 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육을 찔러 파동을 검사한다.
하지만 실제 신경이 눌리는 양상과 수술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종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영상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자기공명영상(MRI) 보다는 초음파 검사가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더 장점이 많다.
최 센터장은 “대개 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하면 MRI나 CT 등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높은 검사를 떠올리지만 손저림 증상의 경우 근전도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김장 후 1주일 이상 손이 저릿저릿…“병원 찾아 정확한 원인 찾아야”
입력 2015-11-02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