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 역사 인식차 여전했다” 향후 협상 험로 예상

입력 2015-11-02 16:59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간 최대 쟁점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조기 타결 협의 가속화'라는 합의를 도출했지만, 과거사를 바라보는 양 정상의 인식차는 여전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날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 '과거직시·미래지향'이라는 원칙을 담은 3국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지만, 한일정상회담에 임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의 극복을 통한 미래 관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지만, 아베 총리는 전날 한일중 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채 "미래지향적 새 시대 구축"만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면서 "아픈 역사의 치유"라는 발언 속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과거사의 치유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저는 외교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일관계의 이상적인 모델로 '성신지교'(誠信之交·진실과 신뢰에 기초한 교류)를 제시했다.

'성신지교'는 일본 에도(江戶) 시대 외교관이자 유학자였던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가 조선과 일본의 우호관계 유지를 위해 제시했던 원칙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만 언급했다.

과거사 해법 제시는 생략한 채 일단 미래로 향해 나가자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어 회담종료후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미래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가는데 있어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래만을 강조한 아베 총리의 이같은 입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이 완료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향후 위안부 조기타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도 법적 관점이 아닌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해결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