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네임드] ① “AKB48은 내가 소개” 엠팍 설기현

입력 2015-11-03 00:10
사진=카토 레나 ‘레낫치’ 97년생 159cm AKB48 Team B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 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윤오영·방망이 깎던 노인)”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파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장인’이라고 부르죠. 이 땅의 장인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SNS와 커뮤니티에도 장인이 있는데요. 이들을 우리는 ‘SNS네임드’라 부릅니다.

최근 눈에 띄는 SNS네임드는 커뮤니티 MLB파크에서 활동 중인 ID ‘설기현’씨입니다. 일본의 걸그룹 AKB48의 멤버들을 매일매일 소개하고 있는데요. 하루 조회수가 수천에 이를 정도로 커뮤니티에선 이미 유명 인사입니다.

이분의 위대한 시작은 지난달 6일 시작됐습니다. 첫 게시물인 ‘현재일본악수회원탑녀.jpg'는 조회수 1만1926회를 기록했죠. 악수회란 AKB48이 팬들에게 전하는 소통의 창구입니다. 긴 줄을 서면 어여쁜 아이돌과 악수를 할 수 있죠.

‘설기현’씨는 이런 악수회 행사에서 야마모토 사야카(22)양이 가장 인기가 있다(원탑)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직접 사야카양의 외모와 댄스, 예능, 악수회 등의 점수를 매겨 평가했죠. 그는 댄스와 악수회, 운영진푸시(?), 편식(?) 분야에서 사야카양에게 만점을 내렸습니다. 네티즌들은 즉각 “이분 혹시 일본의 수지 그 분인가요” “이쁘네요” 등의 댓글이 달았죠.

설기현씨는 이 글로 그분의 열정을 인터넷 바다에 처음 드러냈습니다. 맹수 한 마리가 갸르릉 거리는 것처럼 위대한 포효였죠.

이 분의 열정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28일 동안 무려 24개의 게시물을 작성했는데요. “일본 키스미녀.jpg” “살인미소 일본녀.jpg” “역대급 미모녀.jpg” “동태눈깔 일본녀.jpg” “처녀인증한 일본녀.jpg” “일본 신음여우녀.jpg” “일본 소금녀.jpg” “살의를 느낀 일본녀.jpg” “일본 초인기녀 스캔들.jpg” “오사카녀 레전드.jpg” “스캔들을 이겨낸 일본녀의 솔로곡.jpg” “쩌는 일본의 수지.jpg” “최근 일본녀 극성팬들ㄷㄷ.jpg” “일본 악수회 초인기녀.jpg” “일본의 야망녀.jpg” “셀카여신 일본녀.jpg” “차기 오사카 에이스녀.jpg” “밤무대삘 일본녀.jpg” “나고야 비쥬얼 에이스녀.jpg” “2년동안 급성장한 일본녀.jpg” “현재 일본 대세녀.jpg” “무려 80명의 일본녀 무대.jpg” “일본 스캔들녀.jpg” “현재 일본 악수회 원탑녀.jpg” 등의 다양한 소재들로 커뮤니티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제 그 분은 장인으로서 ‘네임드’가 될 자격을 갖춘 듯 합니다. “제목만 보고 본능적으로 눌렀다” “한번 클릭하고 낚였네 생각했는데 무의식중에 한번 더 들어왔다” “평가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 아닙니까” “뭐하는 분이신가요” 등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저도 뭘 하는 분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표현의 자유가 있죠. AKB48에 대한 정보로는 설기현씨의 게시글들이 꾸준함과 집요함 면에서 국내에선 으뜸일 법 합니다. 그 분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