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가장 성공한 야덕”… 캔자스시티 20년 덕질 이성우씨 한풀이

입력 2015-11-02 16:18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30년 만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탈환하자 야구팬들의 시선은 일제히 한국인 ‘슈퍼팬’ 이성우(39)씨에게 돌아갔다. 미국 현지 팬들은 이씨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우리의 승리를 한국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캔자스시티 팬들은 2일 미국 뉴욕주 플러싱 시티 필드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순간 이씨의 트위터(@Koreanfan_KC)로 몰려 멘션 폭탄을 퍼부었다. 우리나라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관전하며 실시간 트윗을 쏟고 있었던 이씨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캔자스시티의 역사적인 순간을 미국에서 관전하지 못했지만 미국 현지 팬들과 공유한 타임라인 속에 파묻혀 환호했다.

캔자스시티는 1985년 이후 30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최종 전적 4승 1패로 메츠를 제압했다. 월드시리즈 6~7차전이 열리는 오는 4~5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 스타디움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앞선 전력을 앞세워 적진에서 시리즈를 끝냈다.

이씨의 20년 넘은 ‘덕질’(열혈 팬의 꾸준한 응원)은 30년 만의 우승으로 완전하게 보상을 받았다. 이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평범한 30대 남성이다. 하지만 미국 중부의 중소도시 캔자스시티에서는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다. 이씨는 10대 청소년이었던 1990년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시청한 주한미군 방송 AFKN에서 캔자스시티의 경기를 보고 반해 응원을 시작했다.

캔자스시티는 지금까지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한 명도 배출하지 않았지만 이씨는 20년 넘게 팬을 자처했다. 추신수(33)의 텍사스 레인저스, 강정호(28)의 피츠버그 파이리츠, 류현진(28)의 LA 다저스와 다르게 캔자스시티의 팬덤이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서 이씨의 ‘덕질’은 다소 쓸쓸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현지 팬들은 이씨에게 트윗과 사진을 보내며 캔자스시티의 축제 분위기를 전했다. “캔자스시티가 쓴 역사를 한국에 알려 달라” “당신(이씨)과 우리(미국 현지 팬들)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캔자스시티를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미국 ABC 계열 방송사 KATU의 리즈 앤드류스 기자는 “캔자스시티의 우승 퍼레이드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캔자스시티 지역방송 41액션뉴스의 아침방송 리포터 사라 플레이크는 이씨의 트윗을 재배포하면서 환호했다. 미국 현지 팬들은 이씨를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로 초청하기 위해 ‘이성우를 데려와’(#BringBackSungWoo)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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