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패 고위공무원 95%에 첩 뒀다…남녀평등 사상 퇴조 탓”

입력 2015-11-02 15:11

중국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고위 공무원 10명 중 9명 이상이 정부(情婦)를 두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환구망은 런민(人民)대의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2012년의 경우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중국 고위 공무원 중 95%는 부인 외에 첩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2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비리 혐의가 확정돼 공직을 박탈당한 고위 공무원 중 60%가 정부와의 혼외정사에 탐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환구망은 전했다.

이 매체는 “요즘 돈과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정부는 없어서 안 될 ‘부속품’ 같은 존재”라며 “과거 계획경제시대 중국은 사회주의 남녀평등을 숭상했으나 시장개혁시대 이후 많은 것이 상품화되고, 심지어 정부가 되는 것도 하나의 직업이 됐다”고 개탄했다.

환구망은 특히 돈 많은 남성에게 젊고 예쁜 여성은 신분 상징의 ‘마지막 퍼즐’로 통한다면서 “혼외정사에 탐닉하는 게 비단 중국만의 현상은 아닐지라도 권력과 성이 뒤섞이는 작금의 현상은 성평등을 지향한 근대적 가치관의 와해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또 “오늘날 상당수 지역에서 지방정부 주최 미인대회가 열리고 기업이 여성비서를 뽑을 때 일정한 나이와 신체 사이즈를 요구한다”면서 “현재의 사회풍조는 ‘빈자는 비웃음을 사도, 창기는 비웃음을 사지 않는다’(笑貧不笑娼)는 옛 말에 부합한다”고 비판했다.

환구망은 그러면서 이런 사회풍조 배경에는 남녀평등 사상의 퇴조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수십년간 중국인의 경제생활이 크게 풍요로워졌으나 남녀 수입차가 갈수록 커진 점도 이 같은 풍조에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0년 중국 도시 여성의 수입은 남성 수입의 78%에 달해 미국과 비슷한 비율이었으나 2010년 여성 수입은 남성의 67%에 그쳤다. 같은 시기 중국 농촌 여성의 수입은 남성 수입의 79%에서 56%로 크게 하락했다.

사회학자 훙리다(洪理達) 교수는 “현재 중국 여성은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남성에게 ‘집이 없으면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거래조건이 분명하다”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하락에 따라 정부(情婦) 노릇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