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가 지난달 30일 내한공연에서 형편없는 연주를 한 뒤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관객들이 윤디의 내한공연 기획사인 세나코리아에 줄기차게 환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나코리아는 2일 환불이나 보상 계획은 없지만 윤디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에 한국 상황을 알린 뒤 윤디의 사과문을 요청한 상태다.
윤디는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시드니 심포니와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 도중 1악장 악보를 까먹고 연주를 중단하는가 하면 2·3악장 역시 미스터치를 연발했다. 그래도 공연 당일엔 소수 관객만 기획사인 세나코리아 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런데, 콘서트에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관객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안한 윤디가 이후 페이스북에 할로윈 분장을 한 사진을 올려 관객을 화나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내일 놀라게 해 줄거야!(I’m gonna freak you out tomorrow!)’라는 글이 덧붙여 있었다. 세나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앙코르 공연으로 이 의상을 입고 할로윈 관련 음악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한편 윤디가 최근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쇼팽 콩쿠르 기간 동안 중국 스타 연예인 황효명-안젤라 베이비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10월 7~9일 사흘간 사라진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콩쿠르 심사 이탈은 중화권은 물론 유럽에서도 큰 소동을 일으켰다. 이런 사실들이 윤디의 연주회 이후 클래식 팬들의 SNS를 통해 빠르게 알려진데 이어 언론에도 대거 보도되면서 환불 요구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객들의 환불 요구는 부당하다는 게 클래식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공연이 열리기로 한 날 해당 공연이 취소됐거나 아티스트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환불하는게 당연하지만 졸연(拙演)을 이유로 환불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라이브 공연의 특성상 얼마든지 실수는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연주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연 환불 요구는 스포츠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팬이 경기를 제대로 못했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윤디 졸연 환불 요구는 비상식, 다만 한국 공연기획사는 윤디에 사과문 요청
입력 2015-11-02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