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조기에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첫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협의 가속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과 논의를 거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청와대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수석은 “두 분께서 그렇게 합의하신 내용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 없다”며 “이 문안을 잘 음미해보시면 어떤 의미인지 아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도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임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조기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가속화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이 가급적 올해 안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짓자는 선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올해가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과연 연내에 의견 접근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조기 해결을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아베 총리의 언급은 박 대통령이 거듭 ‘이 문제를 연내에 타결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던 내용을 일정 부분 수용한 반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 외에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하는 국민 정서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입장을 일본이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법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협상을 거친 후 일본이 위안군 피해자에 대해 ‘인신매매 피해자 수준’의 금전 배상을 통해 마무리 짓고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란 예상이다. 협상 과정에서 국내에서도 ‘더 이상 과거 문제로 미래를 발목잡지 말자’는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 등 실익을 고려했을 때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제 못지않게 일본의 역사 왜곡에 상처 입은 국민의 자존심을 되살려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우리 정부가 조속한 문제 해결에 나서되 작은 성과나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추이에 흔들리지 말고 분명하게 원칙을 갖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시간에 쫓겨 어떻게든 연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조급해하면 일본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조속한 해결'보다 '피해자 수용·국민 납득'이 더 중요…한·일정상회담 과제
입력 2015-11-02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