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먼저 주변을 물리고 청와대 백악실에서 단독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각료 등을 대동한 뒤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먼저 마이크를 잡고 “일본에도 한일 관계는 진실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성신지교를 말씀하신 선각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또 진심어린 그런 회담이 돼서 앞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의제를 건드려본 뒤 다시 확대 정상회담을 하면서 첫 머리로 언급한 것이 성신지교다.
성신지교는 18세기 일본 에도 시대의 유학자이자 외교관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말이다. 대마도 소속이었던 그는 대표적 지한파 인물로 조선을 오가며 양국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성신이라는 것은 진실된 마음이라는 뜻으로 서로 속이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진실을 가지고 교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조선통신사의 예우와 관련된 갈등이 벌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부를 설득, 조선통신사를 대마도에서 에도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부친의 작품인 한일수교 5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고 이어 ‘성신’을 덧붙인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일본 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 정상은 이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 하도록 지시’한다고만 했을 뿐 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등의 시기를 못박지는 못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문안을 잘 음미해 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수 있을 것”이라며 ‘음미’를 주문했다. 이 관계자가 브리핑을 통해 전달한 양 정상간의 합의는 딱 한 문장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의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 하도록 지시하였다”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