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 떨어지는 모바일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뒤 100억원대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박성근)는 사기 혐의로 E사 의장 김모(5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0월 ‘엉터리’ 메신저 앱을 만들어 지난 7월까지 투자자 161명으로부터 117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사는 개발비 2억원을 들여 모바일 메시지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 전송하는 기능이 담긴 앱을 만들었는데, 실상은 김씨의 지인이 개발했다가 기술력이 떨어져 상용화에 실패한 앱의 디자인을 바꾸고 번역 기능을 더한 수준에 불과했다. 번역 기능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가 안됐고, 기본 기능인 메신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결함이 많았다고 한다. 번역 기능도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구글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지난해 10월 투자설명회에서 “이 애플리케이션은 81개국 언어로 소통되고 책이나 단어를 찍으면 번역이 가능하다”고 소개하며 “해외 150개 총판 설립 등을 추진해 사용 로열티로 각 나라에서 20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았다. 그는 “가입자 수가 2017년 말에는 30억명으로 늘어나고, 회사 가치는 약 510조원이 될 거다. 2016년 하반기에는 미국 다우존스에 상장해 페이스북, 카카오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코스닥이나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1억 투자시 1조23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는 얘기도 했다.
김씨가 지난 7월까지 주식 매매대금과 관계회사 상품권 구입, 지사 설립비 등의 명목으로 받아낸 돈은 117억6000만원에 달했다.
E사는 올해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협약을 조직위원회와 맺기도 했다. 당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활용도는 조사해보지 않았으나 무료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돼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2017년 회사 가치가 510조원될 것" 엉터리 번역 앱으로 117억원 받아 챙겨
입력 2015-11-02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