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바깥으로’. 두 작가의 전시 타이틀이 개념적이다. 우선 두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자. 김수영 작가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석사를 마쳤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11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유학시절 르코르뷔제의 실용적인 건물 외관 일부분을 캔버스에 채우는 작업을 시작으로 같은 형식이 변형되면서 반복되는 특성을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확장된 형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채우승 작가는 1960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군산대 미술학과 조각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Accademia Belle Arte Di Millano(Sezione Scultura)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20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불안한 경계’ 속에서 흔들리는 경계의 모호함을 보여주며, 인간의 지각기능 한계 너머에 있는 것을 예감하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현재 전주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두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촌마을에 위치한 누크갤러리에서 11월 22일까지 열린다. 누크갤러리는 성격이 다르면서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2인전을 꾸준히 열고 있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바깥에서 안으로, 안으로부터 바깥으로’라는 제목으로 쓴 김학량(작가·기획자·동덕여대 교원)의 글을 소개한다.
“살다 보면, 둘이 어울려 뭔가 한다는 일은 참 그렇다. 주관이 강하고 개성이 짙은 데다, 추구하는 문제가 다를 경우 예술가라면 더더욱. 살얼음판. 팽팽한 긴장감. 예술가가 평소 혼자서는 ‘구축’하지만, 둘이 어울렸을 때에는 ‘해체’하는 법을 따라야 한다.”
1층 전시장에 한 사람은 깎고 한 사람은 칠한다. 한 땀 한 땀 조각가는 깎아간다. 그는 각목에 잔 톱질 자국을 낸 뒤 끌로 톡톡 쳐내 거친 표면을 만들어가며 바깥에서 안으로 깎아 들어가면서, 마치 속에 숨었던 무엇인가를 조금씩 꺼내는 듯이 한다.
그렇게 하면서 긴 각목 전체에 자연스럽고 유려한 곡선의 형태를 부여한다. 그 다음 그렇게 깎아 만든 ‘선’을 바닥으로부터 천장 쪽으로 비스듬히 또는 곧추세운다. 전시장 벽과 조응하고 깎아낸 쪽 표면은 거친 물결을 가져 화가의 그림에 들어있는 벽돌·타일 형태나 거친 벽 질감과 잘 어울린다.
화가는 캔버스-밭에 바짝 몸을 기울여 주의 깊게 한-켜-또-한-켜 물감을 칠해 덮으며,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나온다. 응달진 좁은 골목길 담벼락 사이로 맞은 편 빌딩 일부가 강렬한 햇살을 반사하며 압도적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그 순간의 경험이 근작을 그리게 한 모티프 중 하나가 되었다.
화가의 그림은 얼핏 보면 담벼락이나 빌딩 세부 형태를 점점 감추어가며 추상화를 향해 걸어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사실적이다. 담/벽 표면의 아주 미세한 항목―타일의 형태와 색, 벽의 얼룩과 표면 질감, 넓은 벽면을 천천히 떨면서 그어 간 분할선 등이 사실적이다.
2층에는 화가의 그림들이 벽에 기대어 하얀 명상에 잠긴 사이, 조각가는 대쪽을 잇대어가며 하얀 종이를 칭칭 감고서는 아주 가느다란 육신을 허공에 띄워 “지평선”을 가설한다. 그 가느다란 육신은 화가의 그림이 기대고 선 두 벽과 바닥을 이으며 묵묵히 꿈결처럼 서서히 획을 그어간다.
하얀 상상에 물든 화가와 조각가가 어울려 지은 이 모든 것은 서로를 지긋이 기다린다. 숨소리조차 이곳의 모든 하얀 빛에 빨려 들고 최후 그 다음 날의 풍경처럼, 모든 것이 자신의 그 다음을 향하여 침묵한다. 하얀 옷을 입은 모든 작품은 자신의 하얀 색을 위하여 스스로 여백이 된다.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삶의 안과 밖을 오가는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02-732-724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김수영 채우승 2인전 삶의 안팎 보여주는 ‘바깥에서, 바깥으로’ 북촌 누크갤러리 11월 22일까지
입력 2015-11-02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