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조폭 강남 흉기대치' 주도한 범서방파 고문 구속기소

입력 2015-11-02 13:21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2009년 11월 서울 강남에서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칠성파가’ 흉기를 갖추고 24시간 대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범서방파 고문 나모(49)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나씨는 서울 강남에서 유명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나씨는 2009년 11월 11일 ‘부산 칠성파 조직원들이 전쟁을 하려고 상경했다’는 보고를 받고서 조직원들을 비상 소집해 회칼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소지하게 하는 등 폭력단체 간 ‘전쟁’(패싸움)을 준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서방파와 칠성파는 그 다음날 저녁까지 24시간 동안 강남 일대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대치했으나 경찰이 출동하면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국내 폭력조직을 대표하는 이들의 갈등은 서울지역의 사업영역 다툼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나씨가 마카오 등지에서 거액의 판돈을 걸고 원정도박을 했다는 첩보도 입수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인 나씨는 조폭 계보상 고문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2000년 이후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인물이다.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사망 후에는 사실상 두목 역할을 대행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1986년 범서방파 전신인 서방파에 들어간 나씨는 이듬해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살인 사건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수감 생활을 했다. 당시 함께 수감된 김태촌의 수발을 도맡으며 절대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나씨를 공식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나씨는 부인하고 있다.

나씨는 2001년부터 강남 청담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해 큰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깃집은 범서방파 조직원의 회합 장소로도 쓰였다. 칠성파와 ‘전쟁’을 준비할 당시 조직원들의 1차 집합 장소도 나씨의 고깃집이었다.

나씨는 겉으로는 자영업자 행세를 하면서도 2009년 6월 다른 폭력조직인 함평식구파 조직원들을 영입해 외연을 넓히는 등 조직 재건을 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서방파를 이끌었던 나씨의 구속을 기점으로 김태촌 사망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던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