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의 갑질로 우울증이 생겼다면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조치를 강화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우울증의 발병원인이 고객의 갑질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일 감정노동자의 산재보험 보호를 확대한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돼 감정노동자가 고객에게 폭언이나 폭력 등을 당해 우울병이 생기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그동안은 고객응대 업무를 맡는 근로자의 정신질병 피해 사례가 늘어났지만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만 있어 산업재해 인정이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텔레마케터나 판매원,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장시간 폭언을 듣거나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하는 등의 ‘고객 갑질’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병이 생기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규정한 ‘적응장애’는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무질서한 행동형태다. 따라서 적응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포함하면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정신질병이 산재보험으로 보호받게 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적응장애나 우울병이 고객의 갑질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기준이 모호해 실제 감정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존 산업재해 처리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진단서가 발급돼 제출되면 노사 추천 전문 의사가 참여해 환자 상태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한다”며 “재해조사를 토대로 고객과의 갈등 여부를 확인하고 우울병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놨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근로자와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근로자 지위가 아닌 ‘특수형태업무조상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도 확대한다고 명시했다. 이로 인해 대출모집인이나 신용카드모집인 5만여 명과 대리운전기사 6만여 명 등 총 11만여 명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고객 갑질로 우울증 생겼다고?” 모호한 인과관계에 실효성 논란
입력 2015-11-02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