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물난리로 '김승연 아파트' 인기

입력 2015-11-02 08:32

지난달 말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곳곳에서 수해가 나면서 상대적으로 침수 피해가 적었던 한국 기업이 지은 아파트가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뜻하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 아파트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짓고 있는 이른바 ‘김승연 아파트’로 불리곤 한다.

이라크 네티즌 사이에서 잘 알려진 페이스북 페이지 baghdad1엔 바그다드에서 물난리가 난 이튿날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깔끔한 아파트 단지의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이 사진엔 ‘반죽을 보면 빵이 어떻게 구워질지 알 수 있다'는 이라크 속담과 함께 “비전문가와 계약한 다른 사업과 비교해 보라”는 글이 올랐다.

사진 속에 나온 아파트 단지는 바그다드 인근에서 한화건설이 건설 중인 비스마야 신도시의 모습이었다. 이 신도시는 김 한화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수주 및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이라크 정부와 김 회장의 관계가 두터워 공사대금도 제때 받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감옥에서 풀려나서도 가장 먼저 방문한 해외 사업장이기도 하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는 무릎 높이까지 침수된 바그다드 시내의 사진을 함께 게시해 물이 거의 빠져 별다른 피해가 없는 이 아파트 단지와 대조했다.

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네티즌이 8000여명에 달했을 정도로 공감을 얻었다.

변호사라고 밝힌 누르 알함다니는 “이라크의 넓은 사막에 이렇게만 투자한다면 주택 문제는 바로 해결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28∼29일 바그다드엔 하루 동안 약 50㎜의 비가 내렸다. 집중호우나 폭우는 아니었지만 시내의 배수시설이 오래된 탓에 홍수가 나 도시 전체가 마비돼 주민들이 정부의 무능에 큰 불만을 터뜨렸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77억5000만 달러 규모로, 10만 가구에 해당하는 인구 60만명을 수용하는 신도시 개발 계획이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