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언급 3정상 3색” 朴-원칙제시, 리커창-직설화법, 아베-무언급

입력 2015-11-01 18:52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일 청와대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어 동북아 3국의 협력 방안을 다방면에 걸쳐 논의했다.

하지만 이들 세 정상은 동북아 협력체제 복원에 있어 중요 장애물인 일본의 과거사 도발 문제 등에 대해선 시각차를 보이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우선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일중 3국간에 합의된 원칙인 '역사 직시'를 통한 동북아 협력 체제 복원에 무게를 뒀다.

반면, 아베 총리는 역사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한중 정상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언급, 일본 국내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의장국 정상으로서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의 주요 내용을 하나하나 소개해 나가면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평화·안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 공동선언 내용을 인용해 '역사 직시·미래지향' 정신이 관철돼야 동북아 평화 협력 체제가 온전하게 복원될 수 있음을 역설한 셈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올해가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는 역사적 의미를 상기시키면서 3국 협력 체제 정상화는 "동북아 평화를 위한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리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직설화법으로 대응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역사직시' 원칙을 재차 소개하면서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데 대해 합의했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리 총리는 "모두 다 아시는 이유로 3국 협력 프로세스가 지난 3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며 "3국은 과거를 총정리하고 서로 마주 보면서 걸어가며, 정치안보와 경제발전의 두 바퀴를 같이 돌린다는 큰 방향을 잘 파악하고 대화와 협력으로 안전한 발전의 환경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가 다 아시는 이유'라는 표현으로 우회했지만 지난 201년 5월 베이징 회의이후 3국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리 총리의 언급은 아베 총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다.

또한, 리 총리는 "3국 협력 체제, 3국 정상회의 체제가 다시 파장이 생기는 일을 원하지 않고, 양자관계와 3자 관계에 있어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역사 문제를 비롯한 중대한 사무에 대한 공동인식은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역사의 '역'자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 리 총리와 흉금을 터놓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상당히 솔직한 의견교환을 할 수가 있었다. 3국 협력 프로세스 정상화는 매우 커다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일본이 차기 회의의 의장국임을 부각시키며 "오늘 전향적인 논의를 출발점으로 해서 내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를 결실이 많도록 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일본에게는 최중요 과제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제가 양 정상에게 강하게 호소했다"고도 소개했다.

아울러 세 정상은 동북아 지역 경제주도권 문제, 북핵 문제 등에 있어서도 강조점을 달리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3국 협력 제도화, 3국 FTA 가속화 등 동북아 지역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확대, 북한 비핵화 목표의 확고한 견지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한반도 평화안정을 수호하는 책임을 잘 지고, 지역 안보 및 발전을 위해 양호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고, 아베 총리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하도록 3국이 공조해 북한에 강하게 촉구한 것은 커다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일 정상 모두 한중일 FTA의 박차를 강조했지만, 아베 총리는 "아시아 태평양에 자유롭고 공평한 경제권을 만드는 야심적인 방안인 TPP 협상이 잠정합의에 이르렀다"고 소개한 반면, 리 총리는 "지역경제 금융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