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은 한목소리...역사 문제는 여전한 시각차” 3국 정상회의 만남 자체가 의미

입력 2015-11-01 18:28

3년 5개월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는 '북핵 문제'에 대해선 확고한 공조체제를 재확인하면서도 역사 문제에 대해선 '시각차'를 드러낸 무대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3국 정상회의 후 발표한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3국이 관련 문제들을 적절히 처리하고, 양자관계 개선 및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는 지난 3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의 공동발표문에 들어간 역사 문제와 관련한 표현과 동일하다.

다만, 공동발표문보다 사실상 격이 높은 '공동선언' 형태에 담겼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010년 9월 제주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3국협력 비전 2020'에도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정신'이라는 표현이 담겼다는 점에서 3국 간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3국 정상회의 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선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언급이 있었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을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이라면서 "모두 다 아시는 이유로 3국 협력 프로세스가 지난 3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 열도 갈등과 아베 내각의 역사수정주의 행보 등으로 2012년 5월 이래 3국 정상회의가 중단된 점을 지적하면서 아베 총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리 총리는 또 아베 총리가 "내년 일본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를 결실이 많은 것으로 하고자 한다"고 한일중 정상회의에 기대감을 표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3국 협력체제가 다시 파장이 생기는 일을 원하지 않고 양자, 3자 관계에 있어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 총리의 이런 언급은 한일과의 역사·영토 갈등에 임하는 일본의 태도가 협력 정례화를 순조롭게 이행하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는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역사 문제에 대한 3국의 '온도차'는 1일 오후 열릴 것으로 알려진 중일 정상회담과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더욱 첨예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한일중 정상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선 앞선 정상회의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3국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며 북한의 추가적 도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핵개발 확고히 반대'와 '어떤 긴장조성 행동도 반대' 등의 표현은 2011년 제4차 3국 정상회의 선언문의 한반도 관련 대목에는 없었던 표현이다. 2012년 5차 회의 공동선언문에는 북핵 관련 언급이 없었다.

아베 총리는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와 6자회담의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하도록 3국이 공조해서 강하게 북한에 대해 촉구하는 것을 정상차원에서 확인할 수 있었음은 커다란 성과"라고 말했다.

북한에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한일과 함께 북한의 도발 방지와 한반도 비핵화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역내 대북 공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의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지난 10일)에 맞춰 방북하면서 북중 관계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핵심 3국이 북핵 공조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열린 박 대통령과 리총리간 회담에서도 류윈산 상무위원 방북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한중 정상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한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재개 등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인내심을 갖고 지속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