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신 조정?…민사조정 1년 만에 18% 증가

입력 2015-11-01 14:28
법원 판결이 아닌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조정제도 이용 사례가 1년 만에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제도는 민사상 분쟁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 매년 수백만건이나 되는 민사 사건 처리에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1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지방법원에 접수된 민사조정 사건은 2013년 4만860건에서 지난해 4만8201건으로 18.0% 증가했다. 조정사건은 2010년 1만6372건에서 2011년 1만7338건, 2012년 2만349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조정제도는 법관 또는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사건을 검토한 뒤 당사자들의 양보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제도다. 조정이 성립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항소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없다.

민사 소송 건수는 지난해 461만899건을 기록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처럼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조정제도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정포럼에서 “각급 법원에 밀려드는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조정법원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민사재판을 시작하기 전 조정을 우선 거치도록 하는 ‘조정전치주의’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도 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2년 이후 민사사건의 98%가 조정·화해로 종결되고 있다.

조정은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며 당사자들의 감정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조정사건은 전체의 98.4%가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1개월 이내 처리된 사건도 전체의 21.6%였다.

다만 일부 판사들이 판결을 하려 하지 않고 조정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는 불만도 변호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판결을 통해 결론을 내려줘야 할 사건인데 계속 조정을 권유하는 판사를 보면 판결문을 작성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판사가 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판결을 쓰는 것보다 사건을 더 충실히 이해해야 한다”며 “합의를 이끌어내되 당사자들에게 조정을 강요받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줘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