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와 맞물려 파행 우려”

입력 2015-11-01 08:08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12월2일)을 한 달 남긴 이번 주부터 국회는 진짜 '예산전쟁'에 들어간다.

각 상임위로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의 결과를 넘겨받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경제·비경제 분야로 나눠 2일부터 5일까지 부별정책질의에 나서 항목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돋보기 심의를 통해 문제예산을 솎아낼 예정이다.

문제는 오는 2일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의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고, 5일 마침내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확정되면 역사전쟁이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는 예정대로라면 오는 5일 본회의를 열어 100건이 넘는 계류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여야가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여 본회의 소집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야는 지금까지도 단일 역사교과서 추진과 여기에 수반한 예비비 책정 문제로 충돌과 파행을 넘나들었는데, 정부의 확정고시로 국정화가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경우 여야간 더욱 가파른 대치가 예상된다.

당장 정부가 이미 집행한 44억원의 예비비 용처를 밝히기 위해 자료를 제출하라는 야당과 이에 맞서는 정부·여당의 힘겨루기는 한 달 내내 예산 정국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면적인 의사일정 거부와 같은 초강수는 접어둔 상황이지만 이미 장외투쟁에 한 발을 걸치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형국이어서 살얼음판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교과서 정국 향배에 따라 정기국회가 '올스톱' 될 가능성도 완전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연일 위기에 빠진 민생 경제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역사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여론몰이에 나서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은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를 결정할 예산안 심사는 관심 없고 역사교과서와 관련된 정쟁만 벌이고 있다"면서 "정치공세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예산안 심사를 졸속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국정화 저지 투쟁에 대한 '북한지령설'까지 제기하고 나서자 '색깔론'이라고 맞서며 급랭정국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은 시급한 경제를 그대로 놔둔 채 난데없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에 있다"면서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책임 덮어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미 막말과 자극적인 공격으로 임계점에 달한 여야의 긴장 지수에 추가적인 돌발 악재가 터진다면 전운이 가득한 국회에서 예산과 법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를 내년 4월 총선정국의 주도권이 걸린 전초전으로 인식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비록 지난해부터 예산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권한을 허용하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은 법정 기한내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지만 어떤 복병이 기다리는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역사교과서 논쟁에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노동개혁 쟁점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다음 달 3일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석 달만에 고위 정책협의회를 열어 노동개혁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 할 방침이지만 새정치연합은 노사정 대타협에 정신에 위배된다며 이미 반대를 확고히 했다.

또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을 두고 야당은 물론 정두언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일각에서도 '원점 재검토론'이 제기돼 예산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와 서비스산업발전법·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정부가 경제 회생의 핵심으로 추진 중인 법안 처리 등도 곳곳에 도사린 암초 중 하나다.

오는 3일 열리는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여야 대치 정국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현직 차관의 승진 임명이어서 특별한 쟁점이 없을 것으로 봤지만, 여야간 관계가 악화된 데다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기간을 다루는 특별법 상정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야당은 김 후보자의 강남 아파트 투기, 세금 탈루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여야간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벌써 100일 회기 가운데 60일이 지나간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도 산적한 현안처리에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연말 임시국회' 소집 가능성마저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