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곰들이 삼성 마운드를 공략하는 동안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의 눈동자는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는 눈빛이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를 두산에 내주면서 통합 5연패에 실패했다. 삼성이 지고 있던 6회. 사실 점수는 1-9로 꽤나 벌어졌었다. 지명타자 이승엽은 더그아웃에서 동료 투수들의 부진을 말없이 바라봤다.
투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리즈 동안 타자들의 활약도 패넌트레이스 때와 비교해 좋지 못했다. 중요한 고비마다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승엽도 이때까지는 침묵했다.
7회초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다. 이지영의 땅볼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이승엽은 8회에도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바뀐 투수 니퍼트의 초구를 공략해 안타로 출루했다. 박한이가 땅볼을 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이날 이승엽이 7회 득점은 삼성이 쌓은 마지막 점수였다.
이승엽은 2,4회 타석에서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삼성의 승리가 힘들어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승엽의 안타가 터졌다. 그는 7,8회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이승엽은 침묵을 깼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두산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는 순간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6회 더그아웃에서 이승엽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끝까지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15타수 6안타로 4할 타율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그렇게 끝까지 베테랑의 역할을 다하고 가을 야구를 끝마쳤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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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1 00:05 수정 2015-11-01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