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네티즌들이 온라인 공간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흙수저 갤러리’와 ‘백수 갤러리’가 신설됐습니다. 청년세대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자신을 흙수저라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흙수저’는 청년세대의 경제적 양극화를 드러내는 인터넷 신조어입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금수저와 달리, 흙수저는 상대적으로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 큰 청년들을 뜻하죠. 자칭 흙수저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토로합니다.
흙수저 갤러리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봤습니다. ‘흙수저로 살아남기’ ‘추위에서 생존하는 방법’ ‘가성비 좋은 식재료’ 등을 소개하는 게시물들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글 게시자들은 추울 땐 밥통을 끌어안고 잠을 자고, 야생에서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소개합니다. 허름한 집이나 빈 통장 잔고를 공개하는 등 흙수저 인증샷을 공개하기도 하죠. ‘흙수저 빙고’를 통해 자신이 흙수저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백수 갤러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자신이 백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부터 어려운 집안사정 이야기 등이 이어집니다. 이런 종류의 게시판들이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 있다는 건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 얼마나 어두운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는 거겠죠.
왜 인터넷 공간에선 부정적 의미가 담긴 신조어와 게시판들이 훨씬 더 많이 생겨나고 있는 걸까요.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 인터넷 신조어와 게시판을 볼 순 없을까요. 흙수저·백수 갤러리가 없어도 인터넷에서 나눌 정보와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가 오길 기다려 봅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흙수저 갤러리 등장… 그 곳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5-10-31 02:22 수정 2015-10-3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