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물에 빠진 공 주워 1년에 10억 번다고?"...골프공 잠수부의 세계

입력 2015-10-30 00:10

서구에는 ‘골프공 잠수부’라는 이색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골프장 코스에는 곳곳에 워터해저드라는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는데 골프를 치다보면 이곳에 골프공이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기적으로 웅덩이에 빠져 있는 골프공을 수거해 상태에 따라 가격을 달리해 골프연습장이나 중고사이트 등을 파는 것이죠.

과거엔 골프장과 아무런 협의 없이 몰래 물웅덩이에 잠수해 들어가 수거한 뒤 알아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영국에서 한 골프공 잠수부가 절도죄를 적용받아 징역형을 받는 등 물웅덩이에 빠진 골프공의 소유권 논란이 벌어지면서 요즘은 골프장과 계약 하에 수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국 USA TODAY는 골프공 잠수부 글렌 버거(Glenn Berger)씨를 소개했는데요. 버거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34개 골프장과 계약을 맺고 1년에 몇 차례 볼을 수거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 잠수해 거둬들이는 골프공은 하루 4000개 정도로 연간으로 따지면 130만~170만개나 된다네요.

플로리다 골프장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물웅덩이 외에 엄청난 규모의 자연호수가 있는 곳도 많은데 이런 곳에는 악어도 살고 있어 골프공을 줍다가 악어를 만나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버거씨는 밝혔습니다.

또 워터해저드의 경우 수질이 흐려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데다 악취 등이 심해 자칫 익사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과거 버거씨가 일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20대 잠수부가 익사한 채 발견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버거씨가 14년째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은 고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거한 공을 세척한 뒤 등급에 따라 판매하는데 대부분 새것(A급)과 마찬가지여서 1개당 1달러(한화 약 1100원) 정도에 판매한다는군요.

그가 골프공 잠수부로 일한 14년간 판매한 공의 가격만 해도 무려 1500만 달러(한화 약 17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1년에 10억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것이니 악어를 만날 위험을 감수하고 이 일을 하는 게 이해가 될 법도 하네요. 그러다 보니 버거씨와 같은 일을 하는 골프공 잠수부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