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단순한 문장을 즐기는 반면 민주당 경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긍정적이면서 복잡한 화법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선에 출마한 양당 후보 13명이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토대로 이들의 화법을 긍정과 부정, 복잡과 단순 등 2가지 기준으로 나눴다.
이후 NYT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후보들의 화법을 문학작품에 비유했다.
단순한 문장을 가장 즐겨 사용하는 후보는 트럼프였다.
트럼프의 입에서 나온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는 평균 12개 정도에 불과했다. 그는 “명백하게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거래의 기술’이란 책을 썼다” 등 짧은 문장을 선호했다.
트럼프는 긍정적인 표현 사용 면에서도 13명의 후보 가운데 4위에 올랐다.
NYT는 밝고 단순한 문장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화법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과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 동화의 중간 정도”라며 영국 고대 전설인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보다도 긍정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긍정적인 어휘 구사면에서 2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사용하는 문장은 복잡성 점수에서도 비교적 높은 순위(4위)를 기록했다.
긍정적이면서 복잡한 화법을 구사하는 그의 화법과 어울리는 작품은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설득’이었다.
최근 공화당 유권자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벤 카슨은 A.W.토저 목사의 ‘신을 찾아서’와 짝을 이뤘다.
카슨은 긍정과 복잡성 면에서도 중간 정도를 보였지만 종교적인 색채를 띤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는 복잡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써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는 후보로 꼽혔다. 그에게 맞는 책은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쓴 ‘80일간의 세계일주’였다.
가장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는 후보는 법무차관 출신인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었다.
그의 복잡한 화법은 고대영어로 쓴 영국의 영웅서사시 ‘베오울프’와 유사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지율을 놓고 최근 앙숙 사이가 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닯은 책은 각각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과 마리에 콘도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꼽혔다.
NYT는 부시 전 주지사가 군소후보로 전락할 만큼 고전을 하고 있지만 화법만큼은 긍정적이라 마리에 콘도의 책과 가깝다고 소개했다.
전반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이 민주당 경선주자보다 토론회에서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트럼프 단순화법은 英 전설 ‘아서왕’ 닮아…힐러리는 ‘긍정·복잡’
입력 2015-10-29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