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 카드를 꺼내들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화 중단 결단을 촉구했다.
정부의 내달 2일 행정예고 마감, 5일 고시 확정 계획에 맞서 교과서 문제는 학계와 전문가, 교육 주체들로 이뤄진 논의기구에 맡기고 대통령과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 문제에 전념하자는 역제안인 셈이다. 논의기구만 꾸려진다면 결론이 날 때까지 서명운동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역제안은 다중포석 성격이 강하다. 밖으로는 야당이 이념문제에 매몰된 나머지 민생·경제를 외면한다는 '정쟁 프레임'의 역풍을 막아내면서 안으로는 10·28 재보선 참패에 따른 원심력을 차단, 내부단속에 나서려는 차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시 강행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을 감안한 일종의 출구찾기 시도라는 해석과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이 상당함에도 불구, 재보선 결과가 저조하게 나오면서 일정부분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사회적 논의기구 제안은 지난 27일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이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한 핵심인사는 "중도층·무당파 사이에서 장외집회 등 강경투쟁 방식에 대한 피로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접점없는 '역사전쟁'에 있어 일시적 휴전을 제안, "파국을 막고 야당으로서 책임있게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표도 기자회견 후 일문일답에서 "국정교과서 문제를 더이상 정치화하지 말고,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경제와 민생살리기에 전념하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확정고시만 하면 문제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사회적 혼란, 국민분열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가 불행해지고 박근혜 정부와 대통령을 어렵게 할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 제안을 거부했을 경우 더 세게 싸울 수밖에 없다는 명분축적용 성격도 없지 않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실제 문 대표는 "우리 당은 확정고시에 결코 굴하지 않고 반대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반대서명운동과 역사교과서 체험관, 버스투어를 계속할 것이며, 법적으로도 헌법소원을 비롯,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 집필거부 운동과 대안교과서 만들기 운동도 학계와 함께 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것 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보다 비상한 각오와 결단도 검토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공교롭게 또다시 참패로 끝난 10·28 재보선 다음날 이뤄졌다.
기자회견 50분 전에서야 급하게 공지되는 등 막판까지 메시지 수위 및 구체적 회견 시점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비주류측이 책임론을 고리로 거취를 압박, 후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교과서 전선'을 고리로 책임론을 희석시키면서 리더십 약화를 막아내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역사전쟁 국면을 계속 주도, 적전분열에 경고음을 울리면서 내부 갈등을 정면돌파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재보선 결과는 저희가 많이 부족했고, 우리 정치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지 못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데도 실패했다. 저희가 더 겸허하게 노력할 일"이라면서도 "국정교과서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 “교과서 사회적 논의기구 거부당하면 비상한 결단 검토”
입력 2015-10-29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