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로 자격 정지를 당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2018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개최국 선정 투표도 하기 전 이미 개최국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러시아에 밀려 수백만 유로를 들이고도 개최지 선정에 실패한 잉글랜드와 스페인/포르투갈, 벨기에/네덜란드가 반발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래터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의 에서 “2010년 우리는 이중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나 동유럽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결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2022년에는 미국에서 결정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월드컵이 두 강대국에서 개최되기로 되어있던 셈이다”라고 발언했다.
블래터 회장은 함께 자격정지 중인 미첼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비난하며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당시 왕자 신분이었던 현 카타르 국왕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좋았다. 플라티니 회장은 카타르 왕자와 점심을 한 번 먹고 나서는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려도 좋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모든 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 투표가 있었다. 미국을 지지하던 유럽지역의 4표가 없어졌고 그래서 결과는 14대8로 카타르가 이겼다. 만약 원래대로였다면 12대10으로 미국이 개최지가 됐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됐다면 러시아에서 멋진 월드컵이 개최되기로 결정됐을 것이고 FIFA에서도 잡음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래터 회장의 발언은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 이미 사전에 약속된 표에 의해 결정됐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당시 개최지 선정 경쟁관계였던 다른 국가들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소식을 들은 그레그 다이크 영국 축구협회 회장이 28일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 자리에서 “납세자들에게 돈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와 FIFA 측에 이에 대한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걸 암시했다고
FIFA는 2010년 12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결정했으나 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잉글랜드는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2100만 파운드(약 367억원)를 들였으며 이 중 250만 파운드(약 44억원)는 공공자금이었다. 당시 윌리엄 왕자와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개최지 선정을 위해 활동했으나 무산됐다. 미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카타르에 밀렸다.
이 인터뷰에서 블래터 회장은 “처음부터 영국에는 1표 밖에 없었다”면서 “애초부터 배제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블래터 회장은 현재 FIFA 윤리위원회에 의해 90일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한편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은 27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영국 내에서 자금세탁을 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데이비드 그린 SFO 청장은 이날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 자금 세탁 가능성에 대한 최근의 정보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블래터 FIFA회장,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짜고 치는 고스톱?
입력 2015-10-29 17:19 수정 2015-10-29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