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에 이어 광주 상무지구에서도 20대 남녀 묻지마 폭행 당해 중상.

입력 2015-10-29 14:57
광주의 번화가에서 고교동창 사이의 20대 남녀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4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여성 오빠의 친구가 가해자들을 찾기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행 장면이 생생히 담긴 동영상을 올린 게 경찰수사의 발단이 됐다.

29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6시17분쯤 상무지구 치평동 모 나이트클럽 앞길에서 홍모(28), 윤모(29·여)씨 등 2명이 또래의 남성 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홍씨 등은 경찰에서 “나이트클럽 옆 포장마차에서 고교 동창들과 결혼식 피로연에 이은 술자리를 하던 중 한 남자가 ‘왜 쳐다보냐’며 시비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이어 말싸움을 하다가 이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남자들이 싸움을 말리던 여성 고교동창 윤씨까지 무자비하게 주먹과 발로 때렸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홍씨는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시술한 임시치아가 부러져 전치 2주, 윤씨는 안구 주변의 얼굴뼈가 함몰되는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윤씨의 오빠 친구가 “88년생으로 추정되는 가해자들을 급하게 찾는다”며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을 27일 오후 5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이후 파장이 커졌다. 윤씨 오빠 친구는 페이스북에 “남자끼리 주먹다툼은 이해하지만 힘없는 여성이 맞았다”며 “때린 남자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으면 연락을 달라”는 글과 함께 CCTV 화면을 내보내는 TV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듯한 동영상을 첨부했다.

1분21초 후 폭행 장면이 나오는 문제의 CCTV영상은 총 17분 분량으로 페이스북에는 이중 1분51초 정도의 영상만 실려 있다. 동영상에는 윤씨가 가해 남성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길바닥에 쓰러진 뒤 발길질까지 당하는 처참한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 조사결과 가해 남성들은 행인과 인근 상인들이 싸움을 말리자 폭행 직후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여성 윤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지난 24일 광주에 사는 고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다음날 새벽까지 피로연과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이 같은 봉변을 당했다. 윤씨는 ‘안와골절’ 진단을 받아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 응급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현재 정신적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을 보이고 있다.

홍씨와 윤씨 등은 폭행에 따른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2~3일간 주변에 가해 남성들을 수소문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자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고심 끝에 페이스북에 올려 누리꾼들의 제보를 기다리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인천 부평에서 20대 남녀 커플이 여고생 등 생면부지의 가해 커플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일명 ‘부평 커플폭행 사건’이 페이스북 등 SNS에 널리 퍼져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광주 서부경찰서 양수근 형사과장은 “피해여성 윤씨 등의 초상권과 인권을 고려해 CCTV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의 신원이 파악된 만큼 금명간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들을 소환 조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