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관 암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악성 위출구 폐쇄’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 ‘스텐트’(금속성 그물망)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협 교수팀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원자력병원 등 5개 병원 의료진과 함께 악성 위출구 폐쇄증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인 새 의료용구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소화기학회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가스토로엔테로롤로지’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악성 위출구 폐쇄란 암이 위 출구를 침범해 음식물이 넘어가는 기관을 좁히고(협착) 막아서(폐쇄) 영양공급과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소화기관 암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막히거나 좁아진 부위에 내시경이나 투시영상을 이용해 스텐트를 삽입하는 비수술적 치료법이 주로 시행된다.
이 교수팀은 이 시술의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새 스텐트 ‘웨이브’(WAVE)를 개발했다. 웨이브는 자가 팽창형 금속성 스텐트(SEMS)의 일종이다.
SEMS에는 피막형(covered)과 비피막형(uncovered)이 있다. 피막형은 겉을 싸는 막이 있어 암이 스텐트를 침범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텐트의 고정이 쉽지 않다. 반대로 비피막형은 스텐트의 고정은 쉽지만 막이 없어 암의 침범에 취약하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웨이브는 기존 피막형의 장점은 물론 비피막형의 장점까지 모두 살렸다. 우선 막이 있어 암의 침범이 어렵다. 스텐트의 고정이 쉽도록, 웨이브의 양 끝은 피막이 없는 나팔 형태이며, 중앙 부분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갔다. 중앙 부분을 위의 막히거나 좁아진 부위에 위치시키면, 스텐트가 막힌 부위에 ‘딱’ 걸리면서 고정된다. 웨이브의 끝에는 고리를 부착해 시술 후에도 스텐트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교수팀은 위출구 폐쇄증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각 51명씩 나눈 다음 실험군에는 웨이브를, 대조군에는 비피막형 SEMS를 시술한 후 총 16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군(68.6%)이 대조군(41.2%)보다 위의 막힘 해소를 나타내는 스텐트 개통률(patency)이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시술 후 스텐트의 재협착(막힘)률은 실험군(7.1%)이 대조군(37.7%)보다 크게 낮았다. 재시술 빈도도 실험군(14.3%)이 대조군(37.8%)보다 낮았다. 시술 후 심각한 합병증은 두 그룹 모두 없었다.
특히 스텐트의 위치이동에서 실험군(9.5%)과 대조군(5.4%)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웨이브가 피막형 SEMS의 단점인 스텐트의 고정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웨이브가 악성 위출구 폐쇄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기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서울대병원 이상협 교수팀, 악성 위출구 폐쇄증 치료용 스텐트 개발
입력 2015-10-29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