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윤(32) 작가는 소녀를 그린다. 캔버스 위에 동화나 만화에 나옴 직한 큰 눈을 가진 소녀가 귀엽다. 앙증맞기도 하다. 입고 있는 옷이나 머리띠, 한쪽 귀에 꽂은 꽃, 파스텔 톤의 배경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들이다. 그림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발랄하다. 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작가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있는 청작화랑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40세 이하 작가에게 주는 ‘청작 미술상’ 제13회 수상자 초대전이다. 청작 미술상은 손성례 대표가 젊은 작가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미술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1997년 제정했다. 300만원의 지원금과 개인전 기회를 준다.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최근 3년간 수상자를 내지 않다가 지난해 공모를 내고 지원자 200여명 중 20명을 뽑은 뒤 그 가운데 1명을 선정했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며 “작업은 동양과 서양을 융합한 캐릭터를 묘사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의 모습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작가는 꽃이나 소녀처럼 아름다운 대상, 특히 최근에 태어난 조카의 소중함 등을 생각하며 작품을 제작했다고.
그는 “작품 속 소녀처럼 어른들에게는 행복했던 추억을 되살려주고 예쁜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2007년 경기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섰으나 쉽지는 않았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된 후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우울증도 왔다.
그러다 각종 아트페어와 그룹전에 참가하면서 ‘소녀’ 작품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작품이 팔리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의 작품들은 사랑과 행복을 전한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를 매일 보고 자란 것이 배경이 됐다. 어릴 적 남장의 경험이 여성에 대한 아름다움을 동경하게 되기도 했다.
그림은 얼핏 보면 한국화 같다. 한자 이름의 사인과 한지에 그린 듯한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아크릴로 그린 서양화다. 다양한 색깔의 아크릴 물감을 물에 풀어 스프레이로 숱하게 뿌리는 방식으로 그린 것이다. 작가는 “소녀와 꽃과 보석이 있는 작품은 시들지 않는 영원을 상징한다”며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소녀의 감정에서 힐링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 1일까지(02-549-3112).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영원한 소녀 캐릭터로 사랑과 힐링 선사 조혜윤 작가 청작화랑 ‘청작미술상’ 수상기념전 11월1일까지
입력 2015-10-29 11:16 수정 2015-10-29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