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 MVP 사실상 확정 이대호…그의 향후 행보는?

입력 2015-10-29 07:50

소프트뱅크의 2년 연속 우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 궁금한 것은 ‘조선의 4번타자’가 일본시리즈 MVP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가 팀의 2연패를 앞장서 견인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8일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6대 4로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우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소프트뱅크가 29일 5차전에서 승리하면 일본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현재까지 소프트뱅크가 3승을 거둔 경기에서 이대호는 타선을 이끌며 사실상 ‘승리 청부사’ 노릇을 하고 있다.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도왔고, 투수전 양상이었던 2차전에서는 4회말 0대 0 균형을 깨는 선제 투런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대호는 3차전을 앞두고 목 부상을 당했다. 목이 담이 걸린 이대호는 타격훈련도 소화하지 못한 채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후 5회 교체됐다. 이대호가 빠진 소프트뱅크는 역전패를 당했다. 이대호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벤치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본 이대호는 부상이 깔끔하게 낫지 않았음에도 4차전 출전을 강행했다. 결과는 결승타 포함 4타수 3안타 1볼넷 4타점 1득점. 자칫 야쿠르트에 분위기를 내줄 수 있는 시리즈 승부처에서 이대호의 존재 가치는 더 빛났다.

올해 일본시리즈 성적은 놀랍다. 이대호는 4경기에서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 2득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가히 ‘이대호 시리즈’라 할 만하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시리즈를 앞두고 시즌 내내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우치카와 세이치를 부상으로 잃었다. 우치카와는 4번 타자이자 주장으로 팀의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이대호의 존재로 인해 아무런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올 시즌 감독의 이해하기 어려운 타순 배치로 5번 타자로 줄곧 출전했던 이대호였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소프트뱅크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시킨 바 있다. 무엇보다 이대호는 한국리그가 배출한 ‘조선의 4번타자’다.

일본 진출 후 줄곧 꾸준한 성적으로 한국리그 출신 타자의 능력을 보여준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MVP가 되었다는 소식이 곧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5차전이 끝난 후가 될지 아니면 6차전이 끝난 후가 될지 만이 남은 듯하다.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MVP가 되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가운데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에 등극하게 된다. 이대호는 한국리그에서 2010년 MVP를 차지한 적 있지만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팀 우승의 감격을 맛본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MVP까지 거머쥐게 된다면 일본리그에서도 그가 꿈꿨던 것을 사실상 모두 이루게 된다. 많은 야구 팬들은 이대호의 그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