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 데뷔 2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25주년 기념 앨범이 아닌 정규앨범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6곡씩 꽉 채운 앨범 두개로 말이죠. 그는 앞으로 남은 20년 동안의 음악 인생을 위해 9년 동안 의미 있는 방황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음악을 20년 정도 더 할 건데 어떤 음악을 할까 상상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9년 동안 3장의 미니앨범을 통해 실험해 보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이번 ‘아이 엠 앤 아이 엠(I am…&I am)’앨범이 탄생했습니다.
그는 ‘타이틀곡이라고 해서 앨범에서 어느 한 곡에 힘을 싣는 것 보다 전체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타이틀 곡 ‘이게 나예요’를 틀었습니다. 그는 이 곡을 ‘딱 신승훈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면서 감정을 조금 더 담백하게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슬픈 것을 보면 그 당시에는 슬프지만 바로 잊어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묻어나오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공개 전부터 여배우와의 듀엣으로 화제가 된 곡도 있습니다. 바로 김고은과 함께한 ‘해, 달, 별 그리고 우리’라는 곡인데요.
그는 김고은의 노래 실력에 대해 연신 칭찬했습니다.
“노래를 잘해서 녹음이 빨리 끝났다. 깨끗하고 기교 없는 목소리를 찾고 있었는데 인연이 됐다”
신승훈과 김고은의 궁합은 만점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노래’라는 신승훈의 소개처럼 노래 내내 연인들이 달달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제 신승훈에게도 영원히 정복해야 할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재즈’라는 장르였습니다. 그는 “좋아하는 장르인데 할수록 어려운 장르다. 연륜이 쌓이면 시도 하려고 했는데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라며 3번 트랙 ‘사랑이 숨긴 말들’을 소개했습니다.
곡은 트렌디한 느낌의 어반(urban) 재즈였습니다. 그는 ‘과연 내가 이 창법을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이 곡을 들으며 회상에 잠겼다. 역시 노래는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노래하는 사람이라서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느리고 감성적인 곡만 수록 돼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콘서트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AMIGO’라는 곡은 신승훈의 인기곡 ‘엄마야’를 떠오르게 하는 ‘패스트송’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디스코’라고 생각한다며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신나는 곡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욕심이 많아서 작곡하는 장르가 다양하다. 그냥 모든 음악이 다 좋다. 사실 메탈도 하고 싶은데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아서 못 한다”라고 음악에 대한 남다른 의욕을 드러냈습니다.
축가 섭외 순위는 1위지만 정작 자신은 연예계 대표 노총각인 신승훈.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을 위한 축가를 만들었습니다.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고 하던가요. 그는 노래 제목을 바꾸면 사랑이 찾아올까 싶어서 ‘would you marry me?’라는 제목의 프로포즈곡을 수록했습니다.
“노래를 부른 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라고 할 수 있는 게 가수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서 만들어봤다”
그는 이 곡을 3시간 만에 작곡했다며 ‘제가 (연애가)간절했나보다’라며 웃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쭉 늘어놓던 그가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마지막 곡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 노래는 가사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어둠이 짙은 곳에 별빛이 더 밝은 걸 항상 얘기해 줄게’ ‘세상은 선물처럼 또 다른 내일 기다리게 하잖아’
1차원적인 토닥임이 아닌 감각적인 가사가 돋보였습니다.
그는 “노래는 CD에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담백하게 불러야한다. 그런데 이 노래 부를 때는 나도 모르게 오버를 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나보다”라며 노래에 진정성을 담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래를 한 곡씩 설명할 때마다 그의 눈은 반짝였습니다. 목소리에도 확신이 가득 찼습니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신승훈에게 있어 의미가 큽니다.
“이번 앨범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거예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11집이 제게 어떤 의미냐 물으신다면, 제 음악 인생의 시즌2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 거기에 25년의 내공까지 담았습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대중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대중 작곡가로써 책임을 다하는 앨범이 될 것 같다”
“딱 25년차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을 담았다”
신승훈은 ‘음악으로 보여 드리겠다’는 말을 끝으로 음악 감상회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채워나갈 남은 신승훈의 음악인생, 그의 또 다른 시작이 기대됩니다.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
데뷔 25주년 신승훈, ‘이제까지’가 아닌 ‘앞으로’를 말하다
입력 2015-10-29 00:20 수정 2015-10-29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