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2박3일, 아베 1박2일” …방문 성격 및 기간 차이에 담긴 뜻은

입력 2015-10-28 19:50

다음 달 1일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나란히 한국을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리커창 총리는 2013년 3월 취임 이후 각각 첫 방한이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다음달 2일, 리 총리는 박 대통령과 이번 달 31일 각각 한일,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

아베 총리와 중국내 서열 2위 리 총리는 모두 정상급 인사이지만 이번 방한에서 활동 범위나 방한 성격 등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긴 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경색돼온 한일관계와 비약적 발전을 보이는 한중관계가 대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방한 성격을 보면 아베 총리는 실무방문, 리 총리는 공식 방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정상의 외국 방문은 '국빈 방문'(state visit),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으로 구분된다.

아베 총리와 리 총리는 같은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지만 방문 성격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리 총리의 공식 방문은 한중 양국간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박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아베 총리는 특별한 합의보다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에 맞춰 실무방문에 상응하는 의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1일 방한해 당일 한일중 정상회의, 이튿날인 2일 한일 정상회담을 소화하는 '1박2일' 일정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해 리 총리는 이달 31일 방문해 당일 한중 정상회담, 이튿날인 다음 달 1일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하루를 더 머물러 2일 출국한다. 2박3일 일정이다.

방한시 활동반경에도 차이가 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일정은 한일중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3국 정상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서밋(summit)과 환영 만찬 정도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출국에 앞서 서울시내 모처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기는 한다.

한때 아베 총리가 방한기간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나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날 가능성도 관측됐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아베 총리에 비해 접촉 면이 더 넓은 편이다.

리 총리는 다음달 2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중국의 중화전국청년연합회와 함께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하는 '한중청년지도자포럼'에 참석, 축사를 할 예정이다. 포럼에는 양국의 청년 대표단 각각 100여 명이 참가한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총리와 정의화 국회의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은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한중 양국이 31일 리 총리의 한국 방문에 맞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한일중 정상회의보다 하루 뒤에 열리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편한 자리인 한일중 정상회의를 먼저 하고, 군위안부 문제 등으로 신경전이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3개국 정상회의 하루 전에 열린다.

아베 총리의 방한이 실무방문 성격이라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별도의 양자 오찬은 하지 않으며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중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은 청와대에서 개최된다.

한일 정상회담도 청와대 개최를 검토 중인데 이는 아베 총리 방한을 계기로 우려되는 반일 시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